비행기 놓칠까봐… 호기심에… “항공기 폭파” 잇단 협박에 경찰 헛심
입력 2010-11-04 21:58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담장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항공기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협박 전화는 모두 불만 표시나 장난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이 시민 생활과 치안체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웃어넘길 수준을 넘어섰다.
경기도 수원의 윤모(18)군과 김모(16)군은 3일 오후 3시50분쯤 휴대전화로 인천공항공사 고객상담소로 전화해 “미국행 비행기에 폭탄을 실었다”고 협박했다. 공항에서는 경찰특공대, 폭발물탐지요원, 보안검색요원 등 300여명이 수색에 나서 여객기 13편의 출발이 20분∼1시간20분 지연됐다.
윤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인천국제공항경찰대에 검거된 뒤 “얼마 전 코엑스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협박한 사람이 잡혔다는 기사를 봤다”며 “우리는 절대 안 잡힐 줄 알고 따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윤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폭파 협박은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이달 들어 더 극성이다. 지난 1일 서울 석촌동 지체장애인 박모(50)씨는 삼성동 무역센터 상황실에 전화해 “코엑스에 설치한 다이너마이트 50개를 오늘 터뜨리겠다”고 협박했다. 서울 오류동 고시원에 거주하는 원모(48)씨는 같은 날 밤 휴대전화로 112신고센터에 전화해 “G20 회담장을 택시로 들이받아 박살내겠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일 김포공항에 전화해 “제주행 항공기에 폭발물을 실었다”고 협박한 남성은 서울 방화동의 자영업자 신모(40)씨였다. 4일 검거된 신씨는 제주도 여행을 가려고 비행기를 예약했으나 공항에 늦게 도착하게 되자 이륙 시간을 늦추려고 협박 전화를 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항공기 운항은 중단됐고 보안요원들이 기내를 재검색했다. 오후 2시 출발 예정이던 제주행 항공편이 결항됐고 세 편은 1시간가량 이륙하지 못했다. 덕분에 신씨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갈 수 있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신씨가 다른 승객에게 큰 피해를 준 점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시민 안전을 담보로 한 허위 전화는 국제행사를 앞두고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치안 인력 낭비, 사회불안 고조 등 손실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장난 전화라도 테러 수준으로 간주하고 반드시 검거해 사법처리하겠다”며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