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2차상봉 이틀째… “6·25때 내 총탄에 형이 맞을까 걱정했는데”
입력 2010-11-04 21:06
남북 이산가족들은 2차 상봉 이틀째인 4일 비공개 개별상봉을 갖고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은 북측 관계자들의 눈치를 봐야 했던 전날과 달리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가족끼리 호텔방에 모여 60년의 한을 달랬다.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서로에게 음식을 떠먹여 주거나 술을 건넸다. 선물로 준비해 온 생필품, 의약품, 술 등도 주고받았다.
북측 가족들은 비교적 솔직한 얘기를 털어놓았다고 남측 가족들은 전했다. 한 북측 가족은 ‘어제 왜 그렇게 뻣뻣하게 굴었느냐’는 남측 가족의 물음에 “체제가 다른데 어떻게 하느냐. 북측 요원들이 밀착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호텔방에서 도청을 우려해 말소리를 극도로 낮추거나 필담을 나누기도 했다.
북측은 지나친 감시와 통제로 남측 취재단과 마찰을 빚었다. 북측 관계자들은 취재진을 따라붙어 북측 이산가족과의 원활한 대화를 방해했다. 북측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외부 경치를 담은 한 방송사 영상은 “군부대가 찍혔다”는 이유로 삭제됐고, 해당 취재진의 촬영 원본도 검열을 받았다. 북측 동생에게 밥을 손수 지어주겠다며 쌀을 가져온 오성근(76)씨에 대한 취재도 ‘선물은 촬영할 수 없다’며 제지당했다.
북측은 또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노골적으로 연계해 빈축을 샀다. 북측 상봉단의 최성익 단장은 “민족적 단합과 화해의 상징으로 금강산이 계속 빛을 뿌릴 수 있도록 모두 힘써야 한다”고 강변했는데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순수 인도적 행사장에서 할 소리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편 형제가 국군과 인민군으로 갈려 총부리를 겨눴던 사연이 새롭게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남측 김대종(77)씨는 6·25전쟁 당시 국군으로 참전했다. 반면 공산주의자였던 작은형 태종씨는 전쟁 발발 1년 전 인민군에 입대했다.
대종씨는 “당시 3사단 소속으로 참전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쏜 총탄에 형님이 맞지나 않을까 늘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종씨는 이번에 상봉한 여동생 김계화(69)씨로부터 작은형이 1992년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금강산공동취재단,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