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발언 발빼는 민주… 여사님 → 대포폰 과녁 이동

입력 2010-11-04 21:16


“청와대와 여당이 대포폰(명의를 도용한 휴대전화) 문제를 가리기 위해 ‘강기정 발언’에 집중 포화를 퍼붓는 것 같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4일 사석에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과정에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개입했다’는 강 의원 발언 파문이 확산되는 것에 이같이 언급했다. 이번 파문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키면서 대여(對與) 공세의 주 타깃으로 삼은 ‘대포폰’ 사건이 묻히는 등 여권의 전략에 말리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당내 기류를 반영, 전날까지만 해도 추가 폭로 가능성을 시사했던 당 지도부도 강 의원 발언 파문에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강 의원도 거기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고 저도 백업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얘기를 나눴지만 ‘하지 말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에서도 아주 극악범이 아닌 이상 부부를 함께 구속하는 경우가 없다”며 “한나라당이 아무리 전 영부인 두 분을 공격했다지만 (강 의원에게)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이 강 의원을 청목회 집중 로비 대상으로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강 의원이 후원회비 명부를 확인해도 광주청목회 외 후원금을 낸 청목회 회원은 49명, 490만원만 들어왔다고 한다”며 “이것이 그리 큰 죄냐”고 반문했다. 대신 민주당은 대포폰 사건에 화력을 쏟아 부으며 권력기관의 불법 문제를 쟁점화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박 원내대표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한나라당 의원과 금융감독원을 동원해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를 무마하려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청와대 대포폰’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총리실의 지시를 받아 김종익씨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그런 일을 한다고 하면 민간인 불법 사찰의 몸통이 누구겠느냐. 형님 아니냐”고 주장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몸통’으로 지목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배후에 있다는 얘기다. 이 사건을 가장 먼저 폭로한 이석현 의원은 의총에서 검찰이 청와대 설명만 듣고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포폰을 지급한 청와대 행정관의 컴퓨터 관련 조사를 포기했다는 의혹, 서울중앙지검장이 해당 행정관 조사에 반대했다는 의혹,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에 대한 보복적 뒷조사를 해 퇴진시켰다는 의혹 등 8대 의문점을 제시하며 검찰의 해명을 요구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