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000억 달러 추가공급] “경기회복 도움” 對 “인플레 키운다”

입력 2010-11-04 21:55

미국 중앙은행이 발표한 6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 조치는 시장의 예상보다 1000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을 반증한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을 통해 경기회복 속도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느리다”고까지 표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단행된 총 규모 1조7000억 달러의 1차 양적완화는 붕괴 직전의 미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거기까지였다. 이후 경기회복은 생각만큼 진전되지 않았다. 실업 사태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제대로 효과를 낼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이번 조치는 주택대출금리를 포함한 실질금리 인하를 유도,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지출의 활성화로 경기를 부양하는 게 목적이다.

연준은 지난 9월과 달리 최근 취업률 상승이 완전고용 목표에 크게 미흡함을 강조하면서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고실업률이 해소될 만큼 경기회복세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경우 연준이 추가 양적완화 정책 등 전반적인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지출을 반대하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압승하면서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거라는 분석이 강하다.



이번 양적완화가 경기회복에 뚜렷한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많다. 인플레이션 유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양적완화에 대해 “어리석은 조치”라며 계속 반대해 왔다. 통화정책 전문가인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경기회복에 도움이 안 되고 원자재 및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김으로써 인플레이션 씨앗만을 키워 연준의 신뢰를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준이 장기물 국채를 매입하면 장기금리를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겠지만, 실질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풀린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겨 명목금리의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4일자)에서 2차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을 거라고 반박했다. 그는 “인플레가 너무 낮으면 지금처럼 난관에 빠진 경제에 위험을 줄 수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초저 인플레가 디플레로 악화돼 장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