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화문 현판 다시 제작하라
입력 2010-11-04 17:39
세로로 길게 갈라진 광화문 현판을 보니 안타깝고도 민망하다. 국민의 문화적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대한민국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대문의 글씨판에 균열이 생긴 것은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가 아직도 미숙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더욱이 금이 간 곳은 당초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2곳이 아니라 10여 군데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문화재 당국의 대책은 안이하기 이를 데 없다.
광화문 현판 사고는 공기를 무리하게 앞당길 때부터 예고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광화문 복원은 원래 올해 말 완공예정이었으나 G20 정상회의에 맞춰 9월로 앞당겼다가 다시 8·15 광복절에 맞춰 서둘러 끝냈다. 이 과정에서 미처 마르지 않은 소나무를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문화재 복원은 정치적 환경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귓등으로 흘린 탓이다.
문화재청이 내놓은 해명도 설득력이 없다.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육송은 재료의 특성상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특히 가을철 건조한 날씨에는 건조 수축으로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덕수궁 현판 ‘대한문’에도 열두 줄에 이르는 균열이 발견되며, 콘크리트 광화문에 걸렸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광화문’에도 수많은 균열이 있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대한문 현판이 만든 지 3개월 만에 손상됐는지 묻고 싶다. 기한에 맞추려고 금강송 판 7개를 장마철 비오는 날에 이어 붙였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
대책은 또 어떤가. 크랙에 톱밥과 아교 등으로 때우고 단청으로 처리하겠다는 발상은 G20 회의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의 응급조치로는 몰라도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재료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 균열이 얼마나 더 생길지 모르는 데, 틈이 발견될 때마다 때우기를 반복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땜질처방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이미 부실의 대상으로 광화문을 바라보고 있다. 덕지덕지 아교가 붙은 현판을 걸어두기보다 제대로 만들어 다시 거는 것이 낫다. 더불어 공기를 단축해 복원한 광화문의 다른 부분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