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2% 훌쩍… 밤잠 설치는 은행권

입력 2010-11-04 18:23

시중은행이 2%를 훌쩍 넘어선 부실채권 처리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부실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PF 대출 등 부실채권을 분석해 필요하면 공적자금 성격을 띤 구조조정 기금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9일쯤 모임을 갖고 부실 부동산 PF 대출 처리 방안을 논의한다. 부동산 PF는 대주단(건설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모인 여러 금융회사) 공동으로 대출이 이뤄졌기 때문에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서는 은행권이 발을 맞춰야 한다.

국내 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42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말(44조9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부동산 PF의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6월 말 9.60%에서 9월 말 18.02%로 급등했다. 고정이하 여신 규모도 4조3000억원에서 7조7000억원으로 불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5.85%로 전분기 말보다 2.91% 포인트 뛰었다.

은행권은 이달 말까지 부실 부동산 PF 대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도 은행들에 별도 정리계획을 만들어 연말까지 시행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농협은 부동산 PF 사업장별로 선별 매각에 착수했다. 농협은 분양 가능성이 낮거나, 준공은 됐지만 분양이 지지부진한 사업장 중심으로 매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정상화가 어려운 부동산 PF 사업장을 공매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부동산 PF 사업장 실사를 마쳤다. 집중관리가 필요한 PF 대출은 본부에서 집중관리할 방침이다. 농협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3%대로 급등했다. 부실한 사업장은 시장에서 처리하고,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각처리해 부실채권 비율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캠코는 은행권의 부동산 PF 대출을 포함한 부실채권 점검에 착수했다. 캠코는 은행이 자체 정리가 가능한지 따져보고 필요하면 금융당국과 협의해 부실채권 매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