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민주당 참패 이후] 충격의 백악관, 위기 돌파 전략은?
입력 2010-11-04 21:5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차기 하원의장인 공화당 존 베이너 원내대표가 3일 각각 국민 앞에 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생의 정치를, 베이너 대표는 ‘오바마 정책’에 수정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선언했다. 분권 동거 정치의 험로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울러 불편했던 재계에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상생 정치 험로 예상=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선거 ‘완패’라는 표현을 써가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3주 이상 강행한 선거 유세로 인해 다소 쉰 목소리에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트레이드마크인 유머도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해내야 할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책임은 대통령인 나에게 있다”고 언급했다. 또 “국민들은 우리 행정부가 경제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데 깊은 좌절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백악관에서 긴 밤을 보냈다”고 심경을 밝혔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민주당과 공화당을 갈라놨던 이슈들에 대해 공통분모를 찾아 가겠다”며 공화당과의 협력 정치를 피력했다. 공화당과 전선이 형성돼 있는 감세, 에너지, 기후협약 부문 등에 유연한 자세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2년간 성과는 있었는데 국민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유권자들은 정쟁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말해 공화당의 발목잡기를 견제했다.
이는 공화당 시각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베이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 개혁 조치인 건강보험법을 “흉물덩어리”라며 “이를 폐지하고 건보 비용을 줄이기 위한 상식적인 개혁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연장을 거부하고 있는 감세조치도 연장시키겠다고 재확인했다.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도 “우리는 국민이 거부한 (오바마 행정부)의제들을 중단시키고, 배를 되돌릴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음주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레임덕 세션’에서부터 양측이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책기조 중도로 수정하나=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선 선거 참패의 원인이 된 일자리와 투자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협조가 절실하다. 각종 정책 기조가 ‘중도’로 선회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기업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앞으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카드는 재계와의 소통이다. 일자리와 경제라는 주제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 재계 수뇌부가 다음 달 말이나 내년 1월 초 회동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게 백악관의 구상이다.
또 5일부터 시작되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첫 국가인 인도 뭄바이에서 200명 이상의 미국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비즈니스 서밋’을 개최할 예정이다. 래리 서머스의 하차로 공석이 되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이나 여타 장관직에 재계 인사를 발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