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잃고 있는 이라크 기독교인들을 위로하라
입력 2010-11-04 16:11
[미션라이프] 이라크 바그다드의 한 성당 ‘우리 구원의 성모 교회’ 내부 벽면엔 선혈이 낭자했다. 강단 주위엔 엄청난 충격으로 뜯겨져 나간 살점들이 튀어 있었고 교회 바닥엔 수백개의 탄피가 흉물스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 경 발생한 인질극에서 무장괴한의 기관총 난사 현장이다. 이날 인질극으로 5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50여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인질극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악의 학살 사건으로 기록됐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은 3일 분위기를 전했다. 생존자 루디 칼리드씨는 “영혼의 일부를 잃었다. 이제 아무도 우리 운명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울먹였다.
지난 5월 2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는 160명의 가톨릭과 개신교 대학생들이 탑승한 3대의 버스에 폭탄이 터져 한 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시리아모술교회 조지 카스모사 신부는 “테러리스트들은 한 대의 버스만 공격한 아니라 2대의 이라크군 호위 차량까지 모두 공격했다”며 “기독교인들을 살상하려는 목적을 가진 자들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고국 등지는 기독교인들=이라크 내 정국의 혼란 속에서 소수 기독교인들이 삶의 터전과 희망을 잃고 있다. 2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31일 발생한 성당 참사 생존자인 아부 사미의 말을 인용, “현재 많은 기독교인들은 이라크 내에 어떠한 소망도 없다는 것을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 이후 이라크는 종파·종족간 분쟁 등이 얽혀 자살폭탄과 테러로 얼룩졌고 지난 3월 총선 이후 8개월 간은 연정 구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치적 공백이 계속되면서 종파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지난 수개월간 조용하던 무장단체 알 카에다의 공격이 최근 살아나면서 미군 철수 이후 이라크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내 기독교인들에 대한 공격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이슬람국가(ISI)’라는 알 카에다 관련 단체는 3일 인터넷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모든 기독교 거점과 단체, 조직, 지도자와 신도는 이슬람 전사들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원래부터 소수자로 살았던 기독교인(가톨릭 포함)들은 거듭되는 정국 혼란과 테러로 조국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 국제오픈도어선교회에 따르면 90년대까지 85만명에 달했던 기독교인은 2008년까지 55만명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담 후세인 정권까지만 해도 기독교인들은 비교적 어려움 없이 지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슬람 종파간 갈등으로 무장단체들의 불똥이 기독교인에게까지 튀어 테러와 납치, 협박 등의 사건이 빈번했다. 미국 종교자유위원회에 따르면 이라크 내 알 카에다와 시아파 극단주의자들이 소수 기독교인들을 공격한 경우는 2008년 30회, 2009년 32회에 달했다.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게 되자 더 이상 머물 수 없었고 인근 요르단과 시리아로 피신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프랑스 등 서구로 이민을 떠났다.
요르단 정형남 목사는 “현재 요르단에서 신앙생활 하는 이라크인들 역시 이민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최근 이라크에서 들려온 처참한 소식에 비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복음화를 위해 요르단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되어 이라크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었다. 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이라크를 떠난 목회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목사는 “목회자들은 이라크로 돌아갔지만 테러 경고를 받은 사람도 있었고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면서 희망을 잃었다. 교회 사정 등에 따라서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소개했다.
◇무엇을 기도할 것인가=과연 이라크 교회에겐 소망이 없는 것일까. 한국교회는 이들 형제들을 위한 기도를 멈춰야 하는가. 그럴 수 없는 것이 한국교회에 이라크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고 김선일씨는 그의 피를 이라크에 뿌렸다. 그의 추모 게시판에서 사람들은 그를 ‘이라크를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2003년 10월 이라크 한인교회를 개척했던 고 김사무엘 목사도 생의 마지막을 이라크 선교를 위해 헌신했던 인물이다.
지난 2008년 서울 양재동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 유학해 공부하던 이라크 출신 말라스 요시프와 바샤르 요시프씨는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하는 이라크 교회를 말했었다. 기독교인들의 ‘탈이라크’ 행렬 속에서도 교회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언이었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가 3일 밝힌 이라크 현지 기독교인의 육성은 이를 확증하고 있다. “이라크의 교회는 극심한 피해를 입고 돌에 맞는 형국이지만 우리 왕의 아들이 힘을 잃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위로자는 이라크 한 가운데 현존해 계십니다. 그는 우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내주하시는 성령은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 그 자체입니다. 이라크 교회는 아름답습니다. 이 교회를 사랑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십시오.”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은 ‘저 큰 성읍’, 니느웨였다. 니느웨가 하나님의 심판이 임박했을 때 하나님은 요나를 보내 말씀을 선포하게 했다. 요나의 경고는 니느웨 온 성의 회개로 멸망이 보류되기도 했다(욘 3:4∼10). 지금은 하나님이 요나를 보내신 그 마음으로 기도할 때다. 아직도 남아있는 ‘거룩한 그루터기’(사 6:11∼13)를 위해.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