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민영화 1년 “글로벌 ‘PF시장’은 우리가 접수”
입력 2010-11-05 00:26
지난 9월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산업은행과 캐나다의 세계적 자원개발 기업인 바하 마이닝(Baja Mining) 임직원들이 만났다. 해외 자원개발 기업이 국내 은행과 직접 접촉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날 산업은행은 멕시코 볼레오 광산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계약을 맺었다. 볼레오 광산 개발 프로젝트는 25년 동안 매년 광석 300만t을 캐내는 사업이다. 산업은행은 총 투자비 12억1300만 달러 가운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충당하는 8억2300만 달러를 조달키로 했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국내 금융회사가 주도권을 갖고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글로벌 PF 시장 규모는 연간 2조 달러, 아시아 지역 PF 시장은 연간 8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산은금융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기치로 내건 산은금융그룹이 ‘금융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대우증권을 축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겠다는 민영화 취지는 탄력을 받았다.
4일 산은금융지주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말 0.71%에서 올 상반기 1.60%까지 뛰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6.7%에 이르렀다. BIS 비율은 국내 주요 금융그룹 평균(13%)보다 높다. 지난해 민영화를 시작하면서 재무·수익구조 개선에 힘쓴 결과다.
산은금융은 높은 BIS 비율을 무기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풍족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은행 업무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산은금융은 인프라스트럭처(사회간접자본) PF, 기업금융, 기업 구조조정, 사모투자를 해외진출 전략상품으로 꼽고 있다. 민 회장은 “기업금융과 투자은행, 자산운용 등에서 강점을 가진 투자은행그룹으로 성장시켜 내년 국내 상장, 2012년 해외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은금융은 월등한 1인당 생산성을 바탕으로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산은금융의 1인당 생산성은 1억8000만원으로 4대 금융그룹(우리·KB·신한·하나) 평균 4000만원보다 높다. 민 회장은 “시장에서 통용되는 성과 보수 체계를 적용하면 지금보다 2~3배 높은 실적을 낼 수 있다. 내부 경쟁 유도, 외부 인력 영입에 따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성과 보수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