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공화당 압승 이후] 아프간 미군 조기 철수 반대… 오바마와 충돌 우려

입력 2010-11-04 17:55

(中) 의회 견제 심해지는 대외정책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2년간 미국의 대외정책이 의회에서 크게 논란이 된 적은 별로 없었다.

민주당 정권 내부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란·북한 핵문제를 놓고 노선 갈등을 빚은 적은 있었지만, 의회에서 양당 간 충돌이 첨예하진 않았다. 국가 이익에 대해선 초당적 대처가 미 의회의 전통인 이유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민주당 행정부에, 민주당이 장악한 상·하원인 상황에서 가능한 현상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의회가 보증(endorse)해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물론 정권이 바뀐 게 아니라서 대외정책의 커다란 변화는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이전처럼 대부분의 대외정책을 큰 반대 없이 지지해 주진 않을 거란 전망이다.

공화당의 대외정책은 전통적으로 동맹 중시, 공산주의 반대, 민주주의와 인권 우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외교 소식통은 “외교정책 기조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이전보다 의회가 중국 북한 이란 미얀마 문제 등에 있어 좀 더 강한 입장을 내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정책을 다루는 하원 외무위의 차기 위원장인 공화당 일린 로스 레티넨 의원(여·플로리다)은 의원 재임 중 중국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 중국이 반(反)인권적, 반(反)민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의 보좌관들도 중국 출장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반중(反中) 성향이 강하다. 중국과 부딪히는 현안에 대해 그만큼 강경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적성국가에 대해서도 대화와 압박이라는 투트랙 기조의 관여(engagement)정책을 써왔다. 의회도 이를 용인했다. 이제 오바마 행정부가 별다른 변화가 없는 데도 북한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과 전략적 측면에서 대화하려 할 경우 하원 외무위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 정부 들어 냉랭해진 이스라엘과 같은 전통 동맹에 대해선 공화당이 관계 개선을 적극 요구할 수 있다. 공화당의 차기 하원 원내대표로 유력한 에릭 캔터 의원(버지니아)은 “(공화당) 의회는 이스라엘-미국 관계를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나 국제경제 관련 현안에 대한 하원 청문회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현안을 보다 꼼꼼하게 챙기고 견제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른바 ‘스마트 외교’ 전략에 대해 저자세 외교라고 한껏 비난해 왔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아프가니스탄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7월부터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발표했다. 이라크에선 이미 전투 병력을 철수시켰다. 공화당은 그럴 만큼 아프간이 안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조기 철수를 반대한다.

아프간 문제는 공화당이 민주당 정권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사실 내년 7월까지 아프간 정정(政情)이 안정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이 계획대로 철군을 강행할 경우 “대외정책의 실패”로,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철군 계획을 변경한다면 “대외정책의 혼선, 부재”로 비판할 수 있다.

경제 이슈 중심의 선거가 끝나면서 그동안 여론의 관심권 밖이었던 대외 현안들에 대해 공화당 공세가 드세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