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장애 민구’ 가족들의 희망찾기… ‘민구야, 쫌!’

입력 2010-11-04 17:16


민구야, 쫌!/글 고수산나·그림 노성빈/미래아이

어느 가정에서든 골칫거리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같은 고민이라도 가족 구성원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치유 정도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초등학생 5학년생 누리에게는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폭발 직전 화산처럼 이마에 돋아난 여드름도 걱정이고 뒤로 빗어 넘긴 머리를 하나로 꼭 묶은 모양 때문에 얻은 ‘쭈꾸미’라는 별명도 감당하기 벅차다. 그런데 요즘엔 산만한 남동생 민구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작년까지는 개구쟁이였던 민구는 이제 학교에서 ‘문제아’로 통한다. 교과서를 잃어버리고 체육시간에 줄을 제대로 서지 않아 선생님께 혼나는 일 정도는 평범한 축에 낀다. 로봇 흉내를 내며 물건을 때려 부수고, 복도에서 벌서다 나무가 흔들흔들 자기를 부른다며 나가 버리기도 한다. 급기야 옆자리 여자애 눈언저리를 찢고 선생님한테 불려가 전학을 권유 받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민구가 이처럼 통제불능인 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병 탓이다. 친구들한테 말하기도 힘든 병이라니 이게 뭐람.

민구 덕에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누나는 초경을 해도 관심을 받지 못해 외로움 느끼고, 엄마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소파와 텔레비전을 끼고 사는 아빠는 민구 문제를 본체만체하며 대수롭지 않다고 여긴다. 작가는 커다란 문제 앞에 쩔쩔 매는 네 사람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이들의 갈등과 좌절,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너랑 나랑 세상 사람들 없는 곳으로 가버리자.’ 엄마는 울며 민구의 손을 잡아끌었다. 민구가 끌려갈까 봐 주저앉아서 발을 굴렀다. ‘나도 내 몸에 달린 오토바이를 떼어 내고 싶어.’”(49∼50쪽)

민구네 가족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다.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갈등이 조금씩 풀린다. 온 가족이 똘똘 뭉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행복한 순간이라는 교훈을 주는 동화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