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法, 대포폰 자료제출 날짜 엇박자… 의혹 더해가는 ‘민간인 사찰’
입력 2010-11-03 21:37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재판부 선고만을 남겨놓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의혹들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청와대 등 ‘윗선’ 보고 의혹과 ‘대포폰’ 사용 의혹 등은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청와대 직원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포폰(검찰은 차명 휴대전화라고 설명)을 지급했다는 부분은 경우에 따라서는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개입 의혹을 푸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지만 검찰은 법정에서 피의자를 상대로 신문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과 법원은 대포폰과 관련된 증거자료 제출을 놓고도 이틀째 상반된 설명만 내놓았다. 서울중앙지검은 2일 재판 초기에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했지만 3일에는 “10월 21일 제출했다”며 날짜를 수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6일 증거자료를 제출받았지만 대포폰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는 것은 2일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날 검찰로부터 지난 1일 제출받았다는 주장은 법원의 착오에서 비롯된 셈이다.
검찰 수사 결과와 달리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과정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검찰이 축소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하다.
민간인 사찰의 핵심 당사자인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은 지난달 14일 법정에서 “(2008년 10월 초순) 당시 청와대에 들어가 이강덕 공직기강팀장에게 구두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같은 달 21일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인 원모씨 수첩에서 “BH(청와대의 약칭) 지시사항”이라는 문구를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검찰은 그때마다 “조사는 했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이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검찰은 혐의가 입증돼야 기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윗선으로 지목될 만한 인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대포폰은 물론 민간인 사찰이나 수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포폰과 관련해) 청와대에 공식 보고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당은 벌써부터 국정조사와 특검을 거론하고 있어 검찰 수사를 둘러싼 공방은 법원의 선고가 난 뒤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