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하는 척 중소마트 6곳 강탈… 운영권 빼앗은 후 물품은 땡처리

입력 2010-11-03 21:04

중소마트 업주들에게서 가게 운영권을 뺏은 뒤 매장 물품은 헐값에 팔아 거액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업주들은 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빚도 우리가 떠안겠다”는 말에 속아 넘어갔다. 피해자 중 두 명은 충격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수도권 중소마트 6곳을 부당 인수해 상품과 시설물을 팔아넘겨 15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서모(48)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강모(47)씨 등 일당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씨 등은 지난해 10월 인천 청천동 H마트 업주 정모(43)씨와 채무를 떠안는 조건으로 1억9000여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인수 대금은 주지 않고 사업자등록증 명의를 이들이 내세운 ‘바지사장’ 이름으로 변경토록 했다. 이후 외상으로 주문돼 마트 내에 진열된 상품을 30∼50% 할인가에 팔아치웠다. 이 과정에서 서씨는 항의하는 정씨를 제압하기 위해 전주 지역 조직폭력배 행동대원 출신인 이모(34)씨 등을 동원했다. 이씨는 인수 대금이나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정씨와 마트 직원 등을 협박하거나 폭행했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이 200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과 경기도 지역 중소마트 6곳을 강탈해 챙긴 돈은 15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인근에 대형마트 개점 등의 이유로 자금난을 겪어 온 상황에서 서씨 등이 가로챈 물품대금, 매장보증금, 관리비까지 고스란히 빚으로 지게 돼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피해자 중 2명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모(당시 28세)씨는 2008년 8월 서울 방배동에서 운영하던 마트 소유권을 강제로 빼앗기자 목을 매 자살했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N마트 점장으로 근무하던 박모(당시 39세)씨도 서씨 일당이 빼돌린 물품 대금 때문에 도매업자들에게 1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고소되고 집에 압류까지 들어오자 같은 해 5월 목숨을 끊었다. 박씨 부인 임모(38)씨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고등학생인 아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1년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엄정한 처벌이 내려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중에 자살한 사람들까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을 계속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문한 상품을 계속 땡처리(할인 판매)하는 이상한 마트가 있다’는 납품업자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