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양적완화 후유증? 곡물 등 원자재값 ‘高高’
입력 2010-11-03 18:14
국제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에 따른 유동성 급증이 예상되는 데다 예멘의 한국송유관 폭발,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원유 및 곡물값 등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의 원자재가 상승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경기부양 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3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서 약달러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기자본이 석유 및 곡물 등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당 0.95달러(1.13%) 오른 83.90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5월 3일(86.19달러) 이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7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석유공사는 2일 거래된 두바이유가 전날보다 배럴당 1.71달러(2.07%) 상승한 82.24달러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런던 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0.79달러 상승했다.
예멘의 한국송유관 폭발 소식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리비아의 국영 석유공사 회장이 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해외발 곡물가 상승세도 심상찮다. 국제 설탕값은 브라질의 수확량 감소 등으로 30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월 인도분 설탕값이 2일(현지시간) 뉴욕 국제상품거래소(ICE)에서 전일대비 4% 증가한 30.64센트로 장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1980년 이후 최고치다.
또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내 식용유, 설탕 등 기초식품 가격이 10∼13% 폭등하고 옥수수, 밀, 콩, 설탕 등 식량 부족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곡물수요 급증으로 세계 곡물가가 도미노처럼 오르면서 중국발 애그플레이션(곡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07∼2008년의 식량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농산물 가격급등에 따라 4%선까지 물가가 뛴 우리나라에 값비싼 해외곡물이 들어올 경우 내년 초 국내에 애그플레이션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