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후, 한강 하구 갯벌 사라진다
입력 2010-11-03 18:24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2075년이면 한강 하구 갯벌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이 3일 발표한 ‘2009 국가장기생태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2050년부터 갯벌이 감소해 2075년 한강하구 갯벌의 99.3%(1만3797㏊)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여의도 면적의 16.27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낙동강 하구 갯벌은 38.1%(742㏊, 여의도 면적의 0.88배)가 줄어들고, 전남 함평만 갯벌은 20.2%(184㏊, 여의도 면적의 0.22배), 순천만 갯벌은 7.8%(37㏊, 여의도 면적의 0.04배)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륙 평야지역에도 침수가 발생해 내륙습지가 점차 감소하고 소금기를 머금은 염생습지가 발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구온난화의 진행은 이미 한반도의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관측됐다. 수온 상승으로 함평만 암반 조간대(썰물 때 드러나는 암반지대)의 해조류 중 홍조류의 비율이 높아져 이미 아열대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나무에 잎이 나오는 시기가 빨라지고 한대성 수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996년 서울의 참나무류(신갈·갈참·졸참·떡갈·상수리·굴참나무)의 잎이 나오는 시기는 4월 16∼30일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월 4∼15일로 12∼15일 앞당겨졌다. 지난해 서울의 평균 기온이 96년보다 0.34도 상승하는 등 봄이 일찍 시작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고유 한대림인 지리산의 구상나무 숲도 면적이 대폭 줄었다. 지리산 1000m 이상 고지대에 있는 구상나무 군락을 항공사진과 위성영상으로 분석한 결과 분포면적이 81년 262㏊에서 2007년 216㏊로 18% 줄어들었다.
과학원 관계자는 “구상나무의 생육밀도가 감소했고 구상나무가 사라진 자리를 신갈나무, 쇠물푸레나무 등 경쟁 식물이 대신했다”며 “기온 변화로 막연히 추정되던 생태계의 이상 조짐이 하나씩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도심지역 까치의 번식은 더욱 왕성해졌다.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사결과 서울지역 까치의 번식 성공률은 평균 1.93마리로 전체기간 평균(1.19마리)보다 높았다. 까치 새끼의 건강상태 지수도 1.74로 전체 기간 평균(1.58)보다 높게 나타나 까치의 번식이 수월해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