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최 아나운서·권씨 아주머니… 이 분들 있기에

입력 2010-11-03 18:43


모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출퇴근길로 이용하는 서울 서소문고가차도 밑을 새로 시설공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고가차도 밑은 서울역과 서소문공원을 중심으로 노숙하시는 분들의 ‘침대’였습니다. 고가차도 옆에 무료급식소도 있어 ‘식탁’이기도 했고요.



한데 어느 날 미관을 이유로 하부 도로를 제외한 여유 공간에 펜스를 치거나 요철모양 석조 조경을 해놓은 겁니다. 눕지 못하도록. 미관은 개악에 가깝습니다. 주거지역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반면 서울역 남단은 실내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노숙인들이 한데 식사를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밥퍼’ 봉사를 하시는 분이 프리랜서 아나운서 최선규씨입니다. 2년6개월째입니다.

그 서울역 전철 1호선에서 무작정 종점으로 가면 인천역이 나옵니다. 그리고 인천역 건너편엔 명동분식이 있습니다. 말이 ‘인천역’이고 ‘명동분식’이지 각기 간이역과 동네분식점처럼 허름합니다. 한데 이 명동분식 주인 아주머니는 상심한 사람들의 친구입니다.

남편이 휘두른 폭력에 너무나 큰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내, 엄마의 잔소리에 등 떠밀려 학원 가던 아이, 말벗조차 없는 노인 등이 삶의 우울을 못 이겨 무작정 종점까지 왔다가 요기하러 들르는 곳이지요. 주인 권씨 아주머니는 그들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우리의 이웃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선한 사마리아인’이겠지요(눅 10:29). 예수가 말하는 이웃은 ‘있는 자가 없는 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업신여김을 받는 자가 되레 고난당하는 자를 돕는 것’이랍니다. 세월이 슬픕니다. 그러나 ‘역전앞’ 그들이 있어 ‘슬프나 상심치 아니(哀而不傷)’합니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