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 회고록-제주시 아라동 조태선 할머니] 나 때문에 어망도 믿고 오빠·동생 집사·장로되고…

입력 2010-11-03 17:51


조태선(79·아라복음교회 집사) 할머니는 오랜 폐병(폐암 추정)으로 생사의 경각에 놓여 있었다.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나을 수 있다는 말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13세 때 일이다. 조 할머니에겐 기적이 일어났고, 씻은 듯 병이 나았다. 소녀는 자신의 경험을 이웃에게 알렸고, 죽기 직전의 아기를 기도로 살려내는 기적을 또다시 보여 고향인 한경면 조수리를 복음화하는 데 기여했다.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지만 영생의 소망이 있기에 행복하다는 조 할머니. 할머니의 인생 스토리를 담아봤다.

죽을병에 걸린 소녀

조수리 교회(한경면 조수리 조수교회)서 나가 처음 믿었지. 내 이 병 아니면 하나님 모를 건디 어망(어머니) 아방(아버지)도 다 불교 믿고. 우(우리) 동생 다. 이젠 폐암 되는 지침병으로 허여금(하여금) 여섯 살에서부터 걸렸신디. 열 시살 나도록(되도록) 잠을 항카도(한 개도) 못 자 가지고. 밤에 어망 아방 오빠들 다 쿨쿨 자는 디 자보도 못해 7년을 지냈지. 어망 아방은 오빠 덜은 콸콸 먹는디 와낭(나는) 먹질 못해 노래 가지고 구제서 구제어(나빠졌다). 열 시살 되도록 크지도 못하고 새끼(새끼손가락)만 하여.

경하난(그러니까) 여기 섭지교회서 남 전도사님 하나 하고 여 전도사님 두 분이 서이 아침이 전도 올라수자하멍(오면) 우리 집에 들어 올랑(들어와). 하이구 어디 걸어가더래 물통에나 빠져 죽어불까 하두 괍괍허야(답답해서). 하도 괍괍하야 물어봤어.

“나가 여섯 살에 지침병에 걸렸은디 별 약을 먹어 봐도 완(영) 낫지도 아니하고 그게 그거 그니까. 하나님께서 이거 사람으로 못 고치는 빙도 고쳐줍니까.”

전도사님 고라(말하길). “섭지교회서 서울서 제일가는 유명한 목사님 이제 딱 차려사 다 모사와서(모셔와서) 조수교회 오라 곰네(오십니다).”

기도로 건진 목숨

조수교회 그거랑 예배시간은 딱 일곱 시 반에 시작심시면 딱 30분 먼저 가라고. 먼저 날 고라 섭지교회서 처음 전도하래(나를 섭지교회서 처음 전도). 이잔(이젠) 교회 가 기도할 때에 깜깜(깜깜한) 교회 가 불 싸기(불 켜기) 전에 은밀한 중에 하나님이 계시니까.

나난(나는) 일곱시 되도 전에 가면 기도할 줄 모르고 고란. “아구 하나님 이번 좋은 기회에 하나님을 바로 아는 그런 믿음 주시옵소서.”

강도상에 목사님 설교하럼 그냥 목사님 말만 듣제. 목사님 말만 들으면 살아진데 하난(하니까). 용용한(용한) 목사님이 설교를 막 하난데 하영하난(많이 한다). “한 번이란(은) 교회가 기도하고 한 번은 가기 싫으면 안 가고 하지 마라. 1년이면 1년 딱 작정해놓고 하나님께서 꼭 이뤄줄 걸로 믿고 딱 그 시간에 딱 정하여 하면 된다”고 나한테 경고를 준다.

그 말만 들어 목사님 말하는 대로. 일주일을 월요일 날부터 토요일까지 하면 가노나니(가고나니) 목사님 (서울로) 가버렸어.

짐작으로 일칙 일어나 교회에 탁 가버려 막 기도해여. “나가 7년을 지침병 이거 나 7개월만 나 기도하게 해줍세….” 울멍(울면서) 기도했어. 새벽마다 7개월을 헌신허네 7개월 마지막 되는 새복에 보니까.

그만 카마히(가만히) 누워서서 아 이제 꿈에 보니까 산에 동그렇게 깊숙헌 물신디(인데) 그냥 땅으로 그 곱딱한(깨끗한) 수저물(수돗물)이 하루 이틀이 괄괄괄괄괄. 잠도 하쿰도(하나도) 못 잘긴데 하나님께서 잠자게 해주셔서 꿈도 꾸고 서라. 소리도 나고 막 솟은데. 아 나가 이제 꿈에 “됐다. 시지(씻지)도 못하고 물통에 막상 들어가도 못하멍. 이제 이번은 이 물에서 파뜩(얼른) 옷 빨고 목욕도 하고 오라야겠다.” 하나님께서 싯기 해주는구나. 실컷해보자. 나 생각에 오른쪽으로 확 돌고 왼쪽으로 돌고 일곱 번 돌았어. 거꾸로 쾅 허게 쾅 허게 힘줘티만. 일곱 번째 쾅 하니까 ‘퍽’하고 깨나.

“이렇게 시원하게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하게하고 감사합니다.” 막 기도를 해여. 예수님 형상으로 “사랑하는 딸아 내가 너 아픔을 알았다. 사랑하는 딸아 내 너 아픔을 알았다.” 기도할 때마다 예수님 세 번 만났어. 기침을 무상(안)해여. 먹을 거 못 먹던 게 그렁게 퍼뜩 좋아버려.

열세 살 소녀가 살린 아기

이제는 전도문을 활짝 열어줍소. 나는 목숨을 다해 전도를 하게 해줍서 헌신허메.

젊은 청년들이 예수 무시 믿으나 믿지 않는다. 아기들이 막 아프난 죽도 살도 못해. 안 믿는 사람들인자(이어서) 점쟁이 오랑. 칠일만 굿하면 좋네. 밭까지 하나 파라고(팔라고) 해. 하고서 나도 그게 그거 젖 빨아 먹나 했더니, 빨아 먹질 못해여. 셋까지 잃어버리면 하나 낳아보지도 못하고 그 집안 싹 죽게 생겼어. 기어코 힘을 내어 이 아기 살려보자. 이젠 소낭밭(소나무숲) 파니 7일을 막 동네 사람들 딱 오고 쾅쾅 해. 큰 굿 해도 움쭉 딸랑(꿈쩍 않고) 죽어 나니낭.

그 집에 들어가 나가 좋은 생각으로 아무 것도 모르고 기도.

“하나님을 모르고 점쟁이 하면은 살아난다 그 말만 들어서냉 밭까지 하나 팔아도 좋지 않여. 이 아기 죽어도 하나님을 믿고 살아도 하나님을 믿어설라네. 목서님 일흔 번 일곱 번이든 모르고 지은 죄는 용서해준다 하였으니 하나님을 바로 알지 못하고 그러였습니다. 일흔 번이든 일곱 번이든 용서해줍소.”

막 회개하여. “아이고 잘못됐습니다.” 막 통허(회개)가 일어나는 디 집이 벌거지게(울리게) 둘이 막 울어 울어.

아지가 죽어나기 전에 조수교회 가나멘 날 고라 다시는 교회 나오지 말애. 이런 아기 돌아오믄(죽으면) 예수 교회가도 하나님도 죽게 하믄 전도문이 막히니 나보고 오지 말래.

‘아라(아하) 됐다(그래).’ 하나님께선 은밀한 중에 보시는 하나님이니까 교회 안 가도 하나님 알아주시겠다. 그 가정을 위한 딱 작정기도를 나만 하여. 집에서 고요히 요맨 빼롬(요렇게) 싸놓고 아만히(가만히) 고히(고요히) 일주일 동안.

집에서 막 외치멍 그 집의 아기가(를) 딱 짚어서 기도를 하며 막 힘시난(힘을 줘). 죽은 아기가 지침을 해여. “쳇” 재채기를 일곱 번 하면 살아난다고 하는데. 세었어. 한 번 쉬었단 또 한 번 하고. 일곱 번짼 “팍” 하고 크게 해여. 오장에 담아둔 더러운 거 다 나오낭. 아기 두 살 막 어린 거. 눈은 그냥 한 번 입으로 딱 붙어남(눈은 그냥 질끈, 입도 꽉 다물었는데) 요부랑 떼이져(요렇게 떠져). ‘아이고 살았구나.’

한 보름이상 도와지꺼(도와주니) 아지가 완전히 살아난.

주일날 돌아오나네. 전도하기도 쉬워. 조태선 기도 하나니 예배당이 되나. 아지 아방들 막다 나오란(나오러다고). 여섯 가정 나오란. “우리도 예배당 가도 될까이.”

조수교회 허꾸만하게 지선는디(조그맣게 지었는데). 아질 데가 거가 버렸어(앉을 자리가 없어). 전도문 활짝 열어 부렀지. 나시거랑(나섰더니) 목사님하고 장로님하고 큰 절을 예배당에 오지 못하게 한 것을 잘못했다고 큰 절을 해여. “자그마난 지집빠이(기집애) 열 시살만한 아이 만도 못허게 하였으니까 죽을죄를 지었으니 이 하나님.” 조수교회가 막 커져 버렸지.

“죽으면 어디로 갈꿔까”

아방은 믿지 안 해고(안 해도) 어망도 믿고 나로 하여금 우리 가정이 복음화 되난. 나 위 큰오빠 두 개 나 아래 오래비가 둘. 나 위 언니는 아파낸 죽어불고(언니는 병으로 사망). 나로 인하 믿으난 아지망들도(형님들도) 마따 집사되고 오빠들도 집사되고 네 살 아래 오래비는 조수교회 장로님되고. 올해 칠십 넷이로구나.

우리 아버지는 퍼뜩 안 믿어. 예배당 너무 다니넌 넘들만 보면 “산제 치르러 멋하러 가난(산신제 치르러 뭣하러 가느냐).” 산제들 치는 소리는 엿날 우리 “어∼길러나 사라 제야” 찬송 부르는 소리를 알지 못하니까. 노새(노상) 안 믿어.

우리 아버지가 일년 풍으로 꼬박. 아방 보난 입이 들어가 음식도 잘 먹는데 먹지도 아니하여. 그냥 내벌고(내뱉고).

“아방 이제 멀지 않아 세상 떠나게 되고 하나님 믿읍소. 아버지 하나님 죽으면 어디로 갈꿔까.” “나 모르케 어디로 갈 거 테이(모른다 어디로 가니).”

호끔시따이(조금 있다가). “모르켕 하지를 말아 하나님 믿읍소(모른다 하지 말고 하나님 믿으소). 나가 하나님 믿으니 가족이 어디로 가는 경우는 없다디(내가 하나님 믿으니 가족도 구원받을 수 있다).”

“믿지 않아도오?”

“믿지 않아도 아버지 맷 달 살지 못할거고 나 하나님 솜(사람) 디었수다 용서하여 줍소. 몰라 못 믿었수다. 바로 알지 못해 믿지 못햅수다. 경(그냥) 회개합소. 회개하면 됩니다.”

“알았어.”

또 가 회개시키면. “아버지 죽으면 어디로 갈꿔까?” 죽기 전에 (아버지 왈) “하늘나라 가지 어디로 가.”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나님.’ 죽어 죽긴. 하늘나라 가긴 갈커이(하늘나라 가셨겠지).

속 썩인 남편

열아홉 살 겨울에. 법한리 전도사님 아들이 싯째. 장로님 부부가 이젠 날 오라서 오라네. 갈께하낭(가보니). “나 믿는 것 하나밖에 모릅니다.” (장로님 부부왈) “아이구 전도사님 아들이 믿음이 어서 필요가 있느냐”고. 거짓말이야 이기.

시아방이 (이기풍 목사와 함께) 복음 전해러 댕기 제주도에서 전하고 타국에 전하러 갔지. (시집) 간부나넨(갔더니) (남편은) 교회 갈 생각도 아니하고. 난 믿음으로 살려 애쓰는디. 할아버지는(남편은) 아무 일도 안하고 사난. 조태선 하나만 믿어 살라매. 죽도록 일을 안 해 싸니까 집도 없고 밭도 없고 나 혼자 벌어 집세 넣고 일밖에 모르니 일해여.

헌 스물셋에 삼열이 났어. 낳아도 가버려. 아들 젤 위 큰아들 가 불고 삼열이 둘째 아들. 그 아래 셋째 아들 가버리고 딸도 마저막으로 낳았는데 다 가불고.

병원에 한 번은 살려주고 두 번째는 돈 안 내주니까 그냥 보내 부니까 죽어버리지.

아라복음교회도 조수리에 첨 세울 때 갔은디. 우리 삼열이(아들 이름) 신창중학교하고 고등학교 해서 할 거니까 돈은 없지마는 젤 돈이 족게 드는 데로. 소문 들으니까 농고학교가 젤 적에 든다 하난. 당회장 목사님이 (시청 직원에게) “우리 교인이고 이런 불쌍한 사람을 살려야지.” 시청에 일을 내줘. 아지 아방하고 둘이 일을 내 줬어. 일을 하면 한 달에 18만원 밖에 아이줍디다. 둘이 강 일하였으면 아이 고등학교 보내고 집세 놓고 할 건데. 가보면 술친구들(이랑) 돈은 허나도 없은디 술 먹고 춤추고 광란에 빠져서 살아.

아침에 되나마나 세시(새벽 3시)만 되면 일어났디. 나는 시청에 갈 때도 탈 차 없으니까 걸어. 시청일 부지런히 허영. 그 일만 여섯시에 딱 끝나 면은 집에 오랑 빨래하고. 하지만은 18만원으로 모지래 살 수가 없어. 밤이 이제 저녁도 못 해먹은 채 저 거세기 다방에 손님들 막 허는데 청소해주어. 청소해주면 한 달에 7000원 주나넨. 부지런 안 해도 살 건디 둘이 벌면. 밤날 나만 해여.

아방은 아파난 대학병원에 입원하 일흔넷에 술 먹어 폐병으로 두 덜 만에 죽어버리고. 하나님 믿는 사람이롱 같지만은 진짜 믿진 못해여.

기도제목

매누리는 회사에 관광 손님들 일보러 다믄, 아들은 또 꽃집하면 바빠서남 주일마다 (교회에) 오지 못하여. 경(주일성수)을 못해서 큰일났어. 나는 배급을 한 달에 24만원 주난(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 그걸로 살아.

기도 안 하면 살지 못하질. 하루 세 번 기돌 드리고. 기도제목이 그냥 담대하고 강하게 복음 전하는 제목. 최선을 다해 목심을 다해 복음 전하게 해줍소.

■ 연보

1931년 4남2녀 중 차녀로 제주 한경면 조수리에서 태어남

1936∼1942년 폐암으로 투병

1950년 서귀포 법한리의 김약한(당시21세)씨와 혼인

1954년 장남 삼열 출생

1979년 아라동 아라복음교회 출석 시작

2002년 폐암으로 남편 사망

■ 아라교회는

아라교회는 1979년 제주시 아라1동에서 가정교회로 출발했다. 황정순 전도사 인도로 교인 7명이 예배를 드린 것이 시작이다. 조태선 할머니도 교인 가운데 한 명이다. 소속교단은 기독교대한복음교회다. 현재 담임을 맡고 있는 손진호(44) 목사는 서울 영등포 한남교회 교육전도사, 예수전도단 간사를 지내고 2005년 1월 아라교회에 부임했다. 손 목사가 부임할 당시 아라교회는 조 할머니 가족을 빼고 모든 교인이 떠나 존립이 불투명했다. 손 목사는 교회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담임목사직을 자청했다. 현재 출석 성도수는 14명. 교회 리모델링을 통해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로 바뀌었다.

제주=정리 이경선 기자·사진 김태형 선임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