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치 않은 알카에다의 한국 공격
입력 2010-11-03 17:43
이슬람권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하부 조직인 예멘 알카에다 지부가 테러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2일 예멘에서 한국석유공사의 송유관이 폭탄 공격을 받았고, 이라크에서는 20여건의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100여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미국 시카고로 배송되려던 예멘발 폭탄 소포 2개가 영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 공항에서 발견됐다.
알카에다 예멘지부는 몇 년 전부터 대 서방 테러의 거점으로 지목을 받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예멘에 알카에다 공작원이 300명가량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의 테러능력은 상부조직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예멘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가 극심해지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소탕문제를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이번 송유관 공격에 대해 G20 정상회담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무장세력이 범행 효과의 극대화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 국제공조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부쩍 피부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알카에다의 테러 동향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한국에 가까이 근접해오고 있다. 지난 2004년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알 자와히리가 한국을 서방 주요국과 함께 테러 목표 국가로 지정한 이후 예멘 알카에다는 한국을 주요 타깃으로 한 공격을 부쩍 가시화시켰다. 지난해 3월 한국인 관광객 4명과 현지 가이드 1명을 살해한 것을 시작으로 그 며칠 뒤 한국정부 대응팀에 자폭테러를 시도했고, 6월에는 국제봉사단원 엄영선씨를 살해했다.
한국은 미국이 알카에다 소탕전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파견한 나라다. 예멘과의 자원외교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예멘을 여행제한지역으로 정하고 교민들의 철수를 권유하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알카에다 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 전체에 대해 치밀한 대책을 수립하고, 국내외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