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동시다발 테러… 안전지대가 없다
입력 2010-11-03 21:19
예멘발 ‘폭탄 소포’로 시작된 테러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예멘에서 운영하는 송유관 중 일부가 폭탄 공격을 받아 폭발했고, 독일 총리실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을 노린 폭탄 테러 시도도 잇따라 전 세계 보안에 비상등이 커졌다.
◇유럽은 그리스발 테러 공포=유럽은 알카에다의 위협과 함께 또 다른 형태의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2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만 폭탄 소포가 최소 11개 발견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수신처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아테네 소재 스위스, 러시아, 불가리아, 독일, 멕시코, 벨기에 대사관 등 공관 8곳이다. 또 룩셈부르크 소재 유럽연합(EU) 최고법원과 네덜란드 유로폴(Europol)로 발송된 폭탄 소포는 아테네 공항에서 제거됐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보내려던 폭탄 소포도 이탈리아 볼로냐 공항에서 폭파됐다. 같은 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실로도 그리스 경제부가 발신처로 돼 있는 폭탄 소포가 배송됐다.
그리스발 폭탄 소포 사태는 예멘발 폭탄 소포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리스 수사 당국은 배후에 알카에다가 아닌 그리스 과격단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폭탄의 위력도 약하다. 문제는 제조방법이 간단하고 숨기기 쉬워 유사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발 폭탄 소포는 정치 상황과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그리스는 재정 위기로 긴축 재정을 펴고 있어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이번 테러 기도는 오는 7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의 불만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도 알카에다와는 또 다른 테러 위협을 경계하고 있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테러다. 예멘발 소포가 발견된 지난달 31일 북아일랜드 러간의 한 마을에선 철교 아래 설치된 폭발물이 발견돼 당국이 폭발물 해체 작업을 벌였다. 러간은 IRA의 근거지로 알려진 곳이다. 수사 당국은 폭발물 테러 배후는 밝히지 않았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테러 경계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아시아도 테러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은 필리핀 지역을 찾은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필리핀은 그동안 무슬림과 공산주의자들이 공공장소에서 외국인 납치, 폭파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공격을 했다. 알카에다와 연계한 반군세력 아부 사야프는 마닐라에서 700㎞ 떨어진 민다나오섬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호주 관광당국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고 믿을 만한 소식통이 전했다”면서 “대형 쇼핑몰이나 회의장 등이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드윈 라시에르다 대통령 대변인은 “필리핀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테러 활동에 대해 경계를 펼치고 있을 것”이라며 “이미 마닐라는 경계의 최고 수준인 적색경보를 발령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