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8개국 기독대표 ‘화해’를 말하다… 한경직 목사 10주기 추모, 제 3회 국제 콘퍼런스

입력 2010-11-03 17:41


“평화와 화해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 만연한 갈등과 폭력, 착취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기독교 복음 안에 진정한 평화와 화해의 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스리랑카의 반체제 게릴라 활동이 기승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라이베리아에서 민족 분쟁이 계속되는 이유를 분석했다. 남북한이 대치한 가장 생생한 현장인 판문점을 단체로 방문하기도 했다.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는 세계 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갈등, 그 해결 방안에 대한 토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영락교회와 영국 요크세인트존 대학 공동 주최로 1∼4일 열리고 있는 ‘한경직 목사 10주기 추모 제3회 국제 평화·화해 콘퍼런스’ 현장이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세계 58개국에서 초청된 신학자와 목회자 등 107명을 비롯해 200여명이 참석했다. 오전은 주제강연, 오후는 분과토의로 진행되며 저녁에는 평신도를 위한 집회도 열린다.

콘퍼런스의 중요한 흐름은 ‘화해’에 대한 기독교적인 성찰이다. 미국 예일대 미로슬라브 볼프 교수는 “50여개국 신학자들이 ‘화해’라는 주제를 위해 이렇게 모였다는 자체가 희망을 가지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한다”면서 “기독교인으로서 고난당했던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는 것이 화해와 평화로 가는 길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룬디 성공회의 버나드 타호투리 대주교는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갈등 주체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잡는 것으로는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인간 자체에 대해 이해하고, 신뢰에 기반한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만이 평화를 만들 수 있다면서 특별히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평화가 이룩될 수 있다는 점을 교회가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특히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에서의 분쟁에 대한 정보가 교환됐다. 세트리 니오미 세계개혁교회연합(WCRC) 총무는 “경제자유주의로 인한 불균형과 착취, 지구온난화 등으로 전 세계에 팽배해지고 있는 불의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평화와 화해에 대한 언급은 의미가 없다”면서 기독교 공동체가 보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어떻게 화해에 이르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강연했다. 조 목사는 “화해를 위해서는 상대방을 먼저 나 자신인 것처럼 이해해야 하고, 끊임없이 경청하고, 긍휼히 여겨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사랑해야 한다”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아는 우리가 화해자로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해외 참석자들은 콘퍼런스 첫날인 1일 단체로 경기도 파주 도라산전망대와 송학기도처, 판문점 JSA부대 및 교회 등을 방문하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레바논 니어이스트 신학교의 메리 미카엘 총장은 “판문점을 방문하고 교회가 통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진다는 데 감동하기도 했고 분단 현실에 슬프기도 했다”면서 “세계 교회가 반드시 남북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특히 교육 기능을 활용해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남아공에서 온 마이클 렙슬리 목사는 이번 콘퍼런스 주제에 가장 어울리는 참석자였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흑인 인권운동을 하다 폭탄테러를 당해 양손과 한쪽 눈을 잃고도 ‘기억과치유연구소’를 운영하며 용서와 화해의 중요성을 주창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렙슬리 목사는 “무장한 남북한 군사를 가까이서 보게 되니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와 어울림, 연합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면서 “다음 한국에 올 때는 젊은이들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고, 평화 사역으로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통일 한국이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이철신 영락교회 담임목사는 “일반적으로 한경직 목사님에 대해 ‘청빈’의 측면만 조명하곤 하지만 한 목사님은 용서와 화해를 통한 평화를 위해 평생 헌신하신 분”이라면서 “그 뜻을 이어 세계 교회와 화해 및 평화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