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美 추가 양적완화… 각국 “인플레 막아라” 금리인상

입력 2010-11-03 21:09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었던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이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한바탕 금리인상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한 중국도 기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 시그널을 흘리고 있고,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 아닌 콜롬비아 등도 잇따라 외환시장 개입 강화조치를 내놓는 등 G20 합의를 위협하는 개별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중앙은행들 금리 충돌=2일 호주와 인도 중앙은행의 잇따른 금리인상은 겉으로는 국내 경기과열에 따라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속내는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를 겨냥한 배수진 성격이 강하다. 미국이 자국 내 경기부진 타개책과 디플레이션 정책 일환으로 최소 5000억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호주와 인도 입장에서는 자산 인플레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금리를 인상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2일 발표한 ‘3분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 기대와 가격상승 압력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런 불확실성에 직면한 이상 통화정책을 위기 대응모드에서 평상시 수준으로 되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미국을 직접 지칭하지 않았으나 “느슨한 통화정책 시행 국가들이 고성장 국가로 자금 유입을 주도할 것”이라며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한 대응책을 펼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캐나다 중앙은행 역시 다음 달 7일을 기점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내년까지 총 0.75% 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이 은행 수석 전략가인 브라이언 잭슨은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지낸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은 2일 양적완화가 향후 인플레와 관련해 우려되는 사안이라며 “돈이 너무 오랫동안 쉽게 풀리면 자산 거품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주 G20 합의서 잉크도 안 말랐는데···=미국의 추가 양적완화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지난달 G20 재무장관 간 환율 합의도 흔들리고 있다. 콜롬비아 등 G20 비회원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재개되고 있는 데다 재정적자에 유로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진 유럽 국가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어서다.

콜롬비아 중앙은행은 하루 최대 2000만 달러 규모의 시장개입을 당초 계획보다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올 들어 달러화 대비 12%나 가치가 치솟은 자국 페소화의 추가 절상을 막기 위해서다. 콜롬비아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차입자본에 부여했던 면세 혜택을 거둬들이고, 수입 자본재와 중간재에 대한 관세도 대폭 낮추는 등 환율과 수출경쟁력 안정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유럽의 불만도 위험 수위다. 미국이 다시 달러 풀기에 나설 경우 유로화 가치 상승으로 자국 수출경쟁력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달 사이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6% 이상 높아졌다.

이동훈 정동권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