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온 고려인 4세 김 예카체리나, “러시아어 강의로 선교 도움 줄 수 있어 큰 보람”

입력 2010-11-03 17:42


“즈라스트부이체? 부레냐 우로카 루스키와 야즈카?”(안녕하세요? 러시아어 수업시간입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제2교육관 강의실에서 만난 김 예카체리나 라지오노나(22)씨는 연방 “행복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어를 가르칠 수 있는 요즘이 그에겐 꿈같은 시간이다.

러시아 우스리스크 국립사범대에 다니던 그는 현지 한국어 스피치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고 2008년 8월 한국에 유학 왔다. 한국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으로 선정돼 지난해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제대로 선교를 하겠다는 소망에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한국에 와 보니 러시아권 선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에게 러시아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게 됐습니다. 좀 ‘특별한 선교’를 하고 있는 셈이죠.”

그동안 매달 5∼10명씩 모두 50여명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쳤다. 사업가, 회사원, 교사 등 수강생들의 직업은 다양했지만 러시아권 선교에 대한 관심은 한결같았다. 놀랍게도 수강생들이 선교 활동에 적극 나서 러시아권 무슬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삶을 통해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다”는 그는 학과 공부와 아르바이트, 신앙생활을 병행하느라 하루해가 짧다. 평소엔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일에는 온누리교회 러시아어 예배에 참석해 워십댄스팀 단원으로 활동한다. 또 금요일에는 연세대 러시아어모임 리더로 러시아어과 학생들과 성경 공부를 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선교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씨는 고려인 4세다. 할아버지 때 구 소련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러시아로 이주했다.

“고려인이라는 특별한 정체성으로 정신적 혼란을 겪은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 한민족의 피를 받은 고려인이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답니다. 앞으로 한국교회의 러시아권 선교를 적극 돕고 싶습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