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장기휴가다] 충분한 휴식이 경제성장 동력

입력 2010-11-03 17:25


중:당신이 쉬면 관광산업이 발전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에 2020년 국민 1인당 관광 참여일수를 연간 30일로 확대하는 ‘한국관광 선진화 전략’을 발표했다. 관광 참여일수를 2008년 10일에서 2020년 30일로 확대함으로써 국내관광 소비액이 15조원에서 45조원으로 늘어나고, 일자리는 127만개에서 250만개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휴식이 곧 경쟁력이라는 등식을 실감나게 하는 수치들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최승묵 연구원은 “전 국민이 1.5일을 더 관광하면 관광비용으로 약 2조8200억원이 지출되고 이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4조92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국민들의 등산 활동이 늘어나면 등산복과 등산화의 수요가 증가하고 유통업, 피혁, 고무, 섬유 등의 산업이 동반성장하는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소는 2005년 주5일제 확대를 앞두고 유통업, 엔터테인먼트, 여행업, 레저용품, 교통, 외식산업, 리조트, 가전 부문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측했고, 5년이 지난 현재 이 예측은 그대로 적중했다. 정부가 내수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연차휴가 사용을 활성화하고 공휴일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휴가확대 정책으로 민간소비를 활성화하고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달성한 예는 선진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포츠와 레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프랑스는 대공황 이후 고용난을 해소하기 위해 ‘2주간 바캉스’를 법률로 제정했다. 일본은 성인의날, 경로의날 등 공휴일을 월요일로 지정해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일 동안 쉬게 함으로써 1인당 평균 숙박여행이 2006년 2.8박에서 2009년 4.0박으로 증가했다.

중국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다. 최대명절인 춘절을 비롯해 노동절, 국경절 등 황금연휴 기간의 여행시장 규모는 연간 총수입의 25%를 차지한다. 황금연휴 시행으로 국민들의 관광이 증가하고 이는 관광산업 뿐 아니라 운송업, 소매업, 숙박요식업, 서비스업, 자동차산업 등 전 산업으로 파급돼 오늘날 중국을 제2의 경제대국으로 견인하는데 한몫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국의 공휴일은 2009년 기준 14일로 선진국에 비해 결코 작지 않지만 대체공휴일과 연차휴가를 고려한 실제 유급휴가는 25일로 선진국에 비해 10일 이상 적다. 특히 주말과 휴일이 겹치는 날이 많아 사흘이상 숙박여행은 언감생심이다. ‘저주받은 해’라 불릴 만큼 휴일 수가 적었던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상당수의 공휴일이 주말과 겹쳐 휴가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직장인들을 우울하게 한다.

정부는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때 직전 금요일이나 다음 월요일에 하루를 쉬도록 하는 ‘대체공휴일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경제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쉬는 날이 많아지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결국 기업의 부담으로 남는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이에 대해 김남조 한양대 교수는 “매년 들쭉날쭉하는 공휴일 수를 고정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이 안정되고, 증가하는 공휴일로 인해 서비스업이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제조업은 여전히 국가경제에서 핵심역할을 하겠지만 자동화로 인해 더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일자리가 많은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해 실질적 휴가일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휴가가 관광산업 발전은 물론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서 국내 기업들도 최근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울산의 현대중공업은 무더운 여름철의 생산성 하락을 막기 위해 아예 공장 문을 닫고 전 직원이 쉬는 집중휴가제를 도입해 61%의 직원이 여행을 다녀왔다.

SK텔레콤은 입사 10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식월 개념의 ‘리프레시 휴가제’를 도입했고, 르노삼성은 연월차 휴가 외에 최대 12일을 쉬는 ‘프리미엄 휴가’를 채택했다. 제일기획은 최대 4주동안 오지탐험, 이색체험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재충전하는 ‘아이디어 휴가제도’를 도입해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장기휴가가 기업 부담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전향적 발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