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공화당 압승] 공화당 승리 뒤 티파티가 웃었다

입력 2010-11-03 18:11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상원서도 의석을 늘리면서 강성 보수 유권자단체 티파티(Tea Party)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의원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하원에서는 20명 안팎이, 상원에서는 5∼6명 정도가 티파티 계열 의원으로 분류된다. 공화당 내에 색깔이 뚜렷하고 결집력이 강한 계파가 하나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티파티의 초점은 작은정부와 감세이다. 이들은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건강보험 개혁, 구제 금융, 경기 부양책, 정부 규제 등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미국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화당 내 주류 의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던 티파티 의원들은 일단 각종 정책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산이나 정부 규제 문제에 있어서는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공화당 내에서는 차기 하원의장이 확실한 존 베이너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느냐가 중요한 관심거리다.

이들이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공화당 내 잠재적 대권 주자들은 티파티를 기준으로 편이 갈리는 경향도 보인다. 유세 과정에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티파티를 지원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기존의 공화당 조직에 더 공을 들였다.

공화당 지지층을 이미 티파티를 지지하지 않는 그룹, 티파티를 지지하지만 공화당 정체성이 큰 그룹, 순수 티파티 지지 그룹으로 분류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페일린 전 주지사와 티파티의 관계가 주목된다. 사실상 티파티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하는 그가 공화당 내에서 세력을 형성한 티파티 의원들을 차기 대선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심사다. 정치권 일각에선 티파티가 공화당 주류와는 노선이 달라 제3의 당으로 ‘진화’할 거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현 상태에서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차기 대선까지 늘 주목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티파티는 기존 정당 조직으로 들어오지 않고 정당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새로운 정치운동 방식을 정착시켰다. 하지만 티파티의 지원을 받아 제도권 내로 들어온 의원들이 더 이상 ‘튈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티파티 의원들이 정치 현실상 공화당 내 주류와 정치적 타협을 시작할 거라는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