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공화당 압승 이후] 한·미 FTA 청신호… 對北 강성 목소리 커질 듯

입력 2010-11-03 21:40

(上)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미국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등 대승을 거뒀다. 달라진 정치 환경은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정치는 당파적 대립이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향후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대외정책과 워싱턴 정치의 변화를 점검해 본다.

공화당 승리로 미국 의회의 역학 구도가 바뀌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회 비준은 일단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동맹을 중시하고, 자유무역을 신봉한다. 또 보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민주당보다 공화당과 일맥상통한 점들이 많다. 외교 소식통도 이번 선거 결과가 “우리(한국)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한·미 FTA=가장 시급한 현안인 한·미 FTA 비준 문제는 공화당이 친기업적이고 한·미 FTA를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비준을 받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은 주무위원회인 하원 세입위원회다. 새 위원장으로는 공화당의 데이브 캠프(미시간) 의원이 0순위다.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디트로이트 출신의 샌더 레빈 현 위원장과는 달리 캠프 의원은 자유무역 옹호론자로 알려져 있다. 레빈 위원장은 지역구 사정에 따라 한·미 FTA를 강력히 반대하는 미 자동차 노조와 입장을 같이했다. 현재 캠프 의원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하원의장이 확실한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도 한·미 FTA 비준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를 공화당이 무작정 밀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화당 내에서 ‘우리가 왜 오바마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느냐’며 한·미 FTA 추진을 견제하려는 당파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새로 입성한 극단적 보수주의 성향의 티파티 의원들 중엔 제조업 일자리에서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비준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한반도 정책=전반적인 한·미 관계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최상급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의회도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를 100% 지지해줬다.

다만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행정부에 대해 지금보다 좀 더 까다로운 견제가 있을 수 있다. 지난 2년간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는 대북정책 관련 청문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압박과 대화 병행,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대북대화 불가’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기조를 의회가 전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차기 하원 외무위원장으로 유력한 공화당의 일리나 로스 레티넨 의원(여·플로리다)은 상당히 대북정책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쿠바 난민 출신의 대북 강경론자다.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법안을 매년 발의해 왔다. 북한 인권 개선에도 아주 관심이 많다. 따라서 민주당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꼼꼼히 챙기고 견제하며, 한반도 관련 청문회도 많이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

레티넨 의원은 기본적으로 6자회담을 지지한다. 하지만 대화를 위한 대화는 수용하지 않으며, 북한 비핵화 목적에 부합해야만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 행정부와 공화당 하원이 한반도 정책을 놓고 갈등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이 급격한 변화를 주지는 않겠지만, 행정부와 의회가 갈리게 돼 한국의 외교는 이전보다 좀 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게 됐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