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성경은 무엇인가

입력 2010-11-03 17:27


(17) 유대인들은 성경을 어떻게 읽었는가?

동서고금을 통해 옛 사람들은 ‘읽고 외우는 것’을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법으로 생각하였다. 우리나라만 해도 서당에서는 천자문과 논어, 맹자 등을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안중근 의사는 옥중에서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덤불이 생긴다”는 뜻의 한시를 남기고 있다.

성경을 읽고 낭독하는 것은 유대인들의 일상적인 교육방법이었을 뿐만 아니라 정규적인 예배의식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유대 어린이들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주는 토라(율법) 소리를 들으면서 우수한 두뇌를 가진 천재들로 성장하였고, 회당에서는 사회자가 엄숙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타나크(구약성경)에 귀를 기울이면서 경건한 믿음을 쌓아나갔다.

사실상 이스라엘 민족이 4000여 년 동안 강대국들에 짓밟히고 세계 각국을 떠돌아다니면서도 자신들의 국가 정체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성경에 기초한 여호와 신앙이 깊이 뿌리박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다 마카비가 중심이 되어 우상숭배를 강요하는 수리아 안티오쿠스에 맞서 싸울 때(주전 168∼166년) 그들의 한 손에는 언제나 작은 성경 두루마리가 쥐어져 있었으며, 예루살렘이 멸망하기 직전 마사다 정상으로 급히 피신했던 960여명의 유대인들이 로마 군단에 포위되어 마지막 저항을 죽음으로 마치기 전까지(주후 70∼73년) 그들의 입에서는 성경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면 그들은 성경을 어떻게 읽었을까? 원래 회당에서는 회당장이 성경을 읽도록 되어 있었으나 때로는 그가 지정한 외부인도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관습을 따라 예수님께서도 종종 회당에서 성경 읽으실 기회를 얻으셨던 것 같다(눅 4:16). 초대교회에서는 성경 이외에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적은 어록이나 사도들의 서신 등을 읽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살전 5:27).

그런데 한 사람이 오랫동안 성경을 읽다 보면 듣는 성도나 청중들은 자연히 지루함을 느끼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듣는 사람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끌게 하면서 성경 말씀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 성경 읽는 것만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독경사(讀經士·Sutra-Chanter)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히브리어 성경에는 50여개의 각종 부호들이 적혀 있는데, 그것들은 성경낭독을 위한 음표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헬라어에도 단순하기는 하지만 세 종류의 악센트(에큐트, 써컴플렉스, 그레이브)들이 있으며, 때로는 강하거나 길게 또는 낮고 굵게 발음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히브리어는 시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목소리의 높낮이에 맞추어 노래하듯이 발음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감동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독경사들은 각 지역들(팔레스타인, 예멘, 에티오피아 등)의 정서를 최대한 살려 특유의 목소리로 성경을 읽음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음악적 분위기에서 자라난 유대인들 중에 멘델스존, 쇼팽, 아이작 스턴, 번스타인, 바렌 보임, 호르비츠 등 세계적 음악가들이 배출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유대인들은 마치 파도타기를 하는 사람처럼 고난의 바람과 역경의 파도가 밀어닥칠 때 뒤로 물러서거나 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맞서 즐길 줄 아는 민족이었다. 그 힘과 용기는 성경을 목숨처럼 부여잡고 읽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다(시 119:105).

고영민 총장<백석문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