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목사의 '사죄'를 접하고(조성돈 실천신대원 교수)

입력 2010-11-03 10:34


그래도 다행이다. 전병욱 목사가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사죄를 하고 교회로 돌아올 수 없음을 밝혔다. 보름 여 전 교계의 한 언론에 의해서 그의 문제가 보도되고 나서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 한국교회의 많은 사람들은 우려 가운데 마음을 졸여왔다. 혹여 그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강단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은 아닌지, 교회의 사정을 들어 마음을 돌이켰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서는 나의 죄가 아니라 거짓이라고, 유혹이었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들이었다. 그런데 그가 그 교회의 당회가 정한 기한에 맞추어서, 당회가 사임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돌아갈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상식과도 같은 일에 다행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간 한국교회의 많은 목사들이 이 은밀히 행해진 일에 대해서 부인과 부정으로, 더 나아가서는 피해자에 대해서 정죄와 저주로 자신의 범죄를 피해갔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를 속이고 하나님을 속이는 일들을 너무 많이 해 왔고 그를 믿었던 성도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병욱 목사가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솔직히 공동체 앞에 자신이 죄를 범했음을 고백하고 사죄한 것은 우리가 주목하고 인정해 주어야할 부분이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멘토가 되어 그를 돌봐준 사람들이 있고, 그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에게 조언을 해 준 전문가 그룹과 한국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체들이 있었다는 것은 그래도 한국교회가 아직 자정의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전병욱 목사였기 때문에 그러한 배려를 받은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그가 유명 목사였고 저술이나 설교를 통하여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실족이 미칠 파장이 우려되어서 그렇게 사람들이 나서서 그에게 도움을 준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정말 공교회였다면 상당히 공개적인 방식으로 그에게 도움과 충고를 전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공식적인 기관들이 움직였다는 이야기보다는 비공식적인 채널들이 그러한 역할을 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 보아 한국교회가, 또는 그가 속한 교단이 정말 공교회인가를 묻게 되는 것이다.

목사들은 항상 듣는 이야기가 돈과 성의 문제를 조심하라는 것이다. 이 두 문제가 목사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범죄가 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목회를 하는 목사들의 경우 이 둘의 유혹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이러한 문제로 범죄하고 실족하는 목사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정말 수 없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죄를 범한 목사들이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것이다. 다툼과 분열, 거짓과 폭력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었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공교회가 이러한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건의 당사자들과 각 개교회가 힘과 목소리로 해결해 왔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일이고 무기력한 일이었다.

오늘 한국교회가 직면한 이 문제 앞에 우리는 좀 더 진지하게 마주했으면 한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것을 수습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공적인 기관과 실족한 목사를 다시 치유하고 사역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고 수긍할 수 있는 권위 있는 기관을 만들고 교회가 지원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동시에 그러한 어려움에 처한 당사자와 교회를 향해서 개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와 도움자가 필요하다. 정죄와 해결만이 아니라 도움과 위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전병욱 목사의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죄를 고백하고 교회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를 교회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금 성도로, 그리고 사역자로 서게 될는지, 이 모든 것이 이제 한국교회에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복음의 능력이 바로 그곳에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힘과 척도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성돈·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사회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