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서 한국석유공사 송유관 폭발…알카에다 자신들 소행 주장

입력 2010-11-03 01:34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예멘 남부 지역에서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소행으로 추정되는 한국석유공사 소유 송유관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은 이에 대해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한국석유공사 예멘사무소는 2일(현지시간) 오전 8시쯤 남부 샤브와주 석유탐사 4광구의 송유관이 폭발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폭발은 전체 204㎞ 송유관 구간 중 샤브와에서 마리브주 방향으로 31.5㎞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상당량의 석유 유출이 예상되고 있다. 현장 주변에 폭발물 잔해가 있는 것으로 미뤄 고의에 의한 폭발 사고로 추정되고 있다.

예멘 보안당국의 관리는 “타이머가 달린 폭발물에 의한 폭발로 보인다”며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고 아랍권 위성보도채널 알아라비야가 전했다. 목격자들은 현장에서 폭발에 의한 연기 기둥이 피어올랐다고 말했다.

주 예멘 한국대사관은 “현장엔 예멘 군·경 등 보안대가 긴급배치됐다”며 “현장 책임자와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면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인명 피해는 없었다”며 “사고가 경사면에서 발생해 다량의 원유수출이 예상돼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샤브와주는 예멘 정부군과 알카에다 간 교전이 지속되며 치안상황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지역이다. 석유공사는 2007년부터 예멘 4광구에서 석유 시추 공사를 벌이고 있다. 송유관은 석유탐사에 성공했을 경우 석유 운반을 위해 설치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멘 보안당국은 최근 예멘 발 미국 시카고행 폭탄 소포 사건과 관련, 핵심 용의자 검거를 위해 이날부터 샤브와주와 마리브주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돌입한 상태였다.

이런 상항에서 테러 혐의를 받고 있는 알카에다는 이날 샤브와주의 주도 아타크에서 석유 수송 업무를 보이콧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정부 관리는 “알려지지 않은 민병대들이 수송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면서 “이들의 소행이 알카에다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정책에 불만 가진 지방부족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에 발생한 예멘 발 미국 시카고 행 소포 폭발물 테러 기도가 예멘 알카에다 지부의 소행으로 알려진 가운데 예멘에서 터져 나와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한편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선 전날의 소포 폭발물 사고에 이어 2일에도 스위스 및 불가리아 대사관 등 유럽 대사관을 겨냥한 다수의 폭발물 테러 기도가 발생했다. 영국 BBC방송은 스위스 대사관 관저로 투척됐으나 피해자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불가리아 대사관과 의회에서도 폭발물 소포가 배달됐으나 사전에 발견됐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