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범기업에 기금 출연받아… 강제동원 피해보상 법안 발의

입력 2010-11-02 22:09

한일 청구권 수혜 기업과 일본 전범기업에 기금을 출연 받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하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재단을 통한 강제동원 피해 보상은 독일의 나치 강제 노동자 보상 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공식적으로 시도되는 것이어서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 등 16명은 2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지난 3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 연재한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 시리즈에서 재단 설립을 통한 피해 보상을 문제 해결의 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의원들은 법안에서 “우리 정부는 1965년 일본에서 받은 청구권 자금을 포스코 설립 등에 사용한 뒤 피해자 권리구제를 방치해 왔다”며 “청구권 자금 수혜기업 등의 출연금 및 기부금으로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을 치유하고 국민화합에 기여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표적 청구권 수혜 기업인 포스코는 그동안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자사를 상대로 낸 소송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재단이 설립되면 참여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따라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만 하면 재단 설립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법안에는 “국가는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이 재원 마련에 적극적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후지코시 신일본제철 도와홀딩스 등 일본 대기업에 기금을 출연 받겠다는 뜻이다. 이 의원은 “일본 전범기업이 우리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사업에 입찰할 수 없도록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부터 개정해 일본 기업이 기금 마련에 참여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와 기업은 2000년 100억 마르크(7조8000억원)를 모아 재단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를 설립하고 나치 강제노동 피해자에게 보상했다.

이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불임금 공탁금 명부와 후생연금 및 사할린 우편저금 기록 등을 조속히 넘겨받아 피해자 보상 문제를 해결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권기석 강주화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