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일본도 주춤주춤한데… 왜 한국 물가상승률 유독 높을까

입력 2010-11-02 21:49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기준 1.1%, 일본 -0.6%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2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선진국들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선진국보다 더 높을까.

기획재정부는 2일 그 원인을 우리 경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 특징’ 때문으로 분석했다. 빠른 경제성장 등으로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고착화됐고 생산단계에서의 독과점 구조로 생산자 우위의 가격결정이 이뤄지는 점,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 등이 물가수준을 높이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빠르게 회복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우선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선진국에 비해 높은 성장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총수요가 빠르게 증가했고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심리가 물가 상승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평균 경제성장률은 5.6%인 데 반해 미국 2.6%, 영국 2.0%, 일본 1.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우리나라의 경우 4.4%로 가장 높은 반면 미국은 2.8%, 영국 2.6%, 일본 0.5%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높은 물가상승률은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결과물이기도 했다.

생산·수입 시장의 독과점과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도 물가 수준을 높이는 원인이다. 진입장벽과 관세율이 높은 탓에 생산·수입 시장이 독과점화되면서 가격이 생산자 위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생산자물가 상승률보다 0.9% 포인트 더 높은 특징을 보였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각각 0.1% 포인트, 0.4% 포인트씩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경쟁이 필요하다”며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독과점 행위에 대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한 점도 물가 상승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투입 비중이 높고 곡물 자급률이 낮은 특징으로 인해 대외 경제 사정에 따라 심한 변동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물가 상승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물가목표치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가목표치는 통화당국이 물가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 때문에 물가목표치의 상한선을 4%까지 높게 두고 있는 것은 통화당국이 이번 4.1%의 물가상승률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장에선 물가 상승에 제동을 걸 통화정책이 취해지지 않을 것으로 받아들여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정택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선진국들은 물가목표치를 2% 내외로 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느슨한 통화정책으로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