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청와대 ‘대포폰 5대’ 진실은… 알고도 재판 때 신문 안해 의문

입력 2010-11-02 22:21

청와대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포폰(명의를 도용한 휴대전화)’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검찰의 축소·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은 명의를 도용한 게 아니라 빌렸을 뿐이고, 숫자도 5대가 아니라 1대일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려 애썼다.

검찰 관계자는 2일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모 행정관이 KT 대리점 주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개통한 휴대전화 1대를 윤리지원관실 장모씨에게 빌려준 것은 사실”이라며 “대리점 사장 명의로 빌린 휴대전화를 대포폰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윤리지원관실에서 기획총괄과 주무관으로 일한 장씨는 민간인 사찰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지난 7월 7일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영구 삭제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의 한 컴퓨터 전문 업체를 찾아갔고, 이 과정에서 이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사정당국 관계자도 “청와대 행정관이 지인에게 휴대전화 1대를 빌려 사용한 사실은 있지만 불법으로 다른 사람 명의를 도용해 대포폰을 만들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설명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밝힌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이 의원은 “검찰은 최모 행정관이 공기업의 임원 명의를 도용한 대포폰 5개를 만들어 윤리지원관실에 지급한 것을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에 대해 “수사단계에서 확보, 살펴봤다고 보고받았다”며 “(질의 내용이) 맞다”고 인정했다.

검찰과 이 의원의 주장은 엇갈리지만 적어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직원이 차명으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윤리지원관실에 제공한 점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윤리지원관실로부터 뭔가 은밀한 내용을 수시로 보고받았거나 그럴 필요성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당연히 제기된다.

검찰은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는 장씨를 상대로 어떻게 이 휴대전화를 입수했고 왜 사용했는지 등은 별도로 신문하지 않았다.

검찰은 장씨가 컴퓨터 전문 업체를 찾아가 ‘디가우저(강력한 자력으로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를 삭제하는 장비)’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시인했기 때문에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당시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을 직접 소환 조사할 정도로 민간인 사찰의 ‘윗선’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따라서 차명 휴대전화의 출처가 청와대라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공개하지도 않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