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사교육 시장 ‘학원판 SSM사태’ 조짐
입력 2010-11-02 21:11
대기업이 학원을 인수하고 인기강사를 영입하는 등 사교육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사교육업계가 대형화되면 소비자들의 학원 선택 폭이 넓어지고 중소형 학원으로 흩어져 파악하기 어려운 학원비나 세금 등을 관리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사교육시장도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돼 결국 중소형 학원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 관계자는 2일 “대기업이 교육사업에 진출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결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김소희(42)씨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학원이라고 하면 동네 조그만 학원보다 강사의 자질이나 강의 수준, 운영 측면에서 신뢰가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원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에 의한 무분별한 학원 합병과 강사 스카우트는 서비스 원가에 거품을 만들어 결국 학부모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원시장에서도 중소형 학원은 문을 닫고 대형화로 재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유통업계에서 SSM(기업형 슈퍼마켓) 때문에 골목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것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수강생 90명 규모의 중소학원 관계자는 “시장에서 밀려난 학원과 강사들이 자구책으로 새로운 고액 개인과외 시장을 만드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회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을 통해 우리교육홀딩스 등 전국 9개 학원법인의 지분 51%를 360억원에 인수한 대상그룹은 올해 말까지 서울 강남 등 학원가 밀집 지역에서 20여개의 학원을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습지 시장의 강자인 웅진그룹은 최근 경기 남양주시와 서울 응암동 등에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학전문 학습관 17개 직영점을 열었다. 웅진씽크빅은 ‘왕수학 교실’로 유명한 교육기업 에듀왕을 170억원에 인수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9일 46년 전통의 대학입시 전문학원으로 유명한 대성학원 계열인 디지털 대성, 대성마이맥과 스마트 러닝 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대학 수험생을 위한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확보해 모바일 학습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수능 시험에 맞춰 수능 점수별 대학 배치표와 진로상담 서비스를 담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수험생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