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수위 낮춰 반구대 훼손 막아야”… 국내외 역사학자 20여명 성명
입력 2010-11-02 17:36
학술회의와 답사에 참가했던 국내·외 역사학자 20여명은 28일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을 막기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울산시와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폴 반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기랴 에브게니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교수, 임권웅 유네스코 본부 세계유산센터 자문위원 등 참가자 전원이 성명서에 서명했다. 외국 학자들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댐의 수위를 52m 이하로 낮출 것을 촉구한다”며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암각화 보호와 보존을 위한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적 답사와 성명서 발표에 참가한 노르웨이 외스트폴 주(州) 안네 소피 히겔 문화유산부 부장은 “한국의 암각화들을 둘러보니, 설명문 등 관광객들의 전시와 관련한 시설은 잘 돼 있는데 반해 정작 유적 보호 조치는 되어 있지 않다”며 “울산의 바람과는 달리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등재는 불가능(impossible)하고, 천전리 암각화의 보존 조치도 충분하지 않다(not enough)”고 말했다. 그는 “반구대 암각화는 현재 매우 위험한 상태”라며 “댐의 물이 찼다가 빠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바위의 그림이 굉장히 얇아져 망원경으로 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트롬쇠대학교의 크누트 헬츠코그 교수 역시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점점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히겔 부장과 헬츠코그 교수는 노르웨이 전역에 산재해 있는 1200여 군데의 암각화 유적 관리 노력을 소개했다. 노르웨이는 1996∼2005년 10년 동안 정부 주도로 ‘암각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각지의 암각화 유적 현황과 훼손 실태를 조사하고, 2011년부터 10년간은 보존과 관리를 위한 2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헬츠코그 교수는 “이에 반해 한국에선 유적 보존을 위한 인력도 부족하고, 보존 노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