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지구를 뒤로하고 생존 위해 다른 행성 침략… ‘테라; 인류 최후의 전쟁’

입력 2010-11-02 17:40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로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지구를 상상해본 적 있는가. 지구인들은 인근 행성의 자원까지 끌어 쓰다 끝내 멸망을 맞이하고,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우주를 유영하며 떠돈다. 그러다 자원과 환경이 충분한 어느 행성을 발견한다면.



아리스토미니스 처바스 감독의 3D 애니메이션 ‘테라;인류 최후의 전쟁’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처럼 인간에게 악역을 맡기고 있다. 그러나 ‘테라…’ 속 인간들은 자원에 대한 탐욕 만이 아닌 생존의 문제를 안고 있어 훨씬 다급한 처지다.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인간과 산소를 들이마시면 질식하는 ‘테라’ 행성의 원주민들은 결코 함께 살 수 없는 존재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인류는 결국 침략을 강행한다. 아편 전쟁이나 이라크 침공 당시의 논쟁을 보듯, 논란 속에서 인간이 양심보다 실익을 택하는 과정도 흥미롭게 그려졌다.

주인공은 침공군의 선봉 격인 스탠튼 중위다. 그는 테라 행성을 공격하다 불시착해 부상을 입고 원주민 말라를 만나게 된다. 말라를 일컬어 ‘It(그것)’라고 부르던 스탠튼이 어느덧 테라 행성의 주민들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로 인해 스탠튼은 내부의 반역자가 된다. 여기까진 ‘아바타’와 비슷하지만, ‘아바타’ 속 세계와 ‘테라…’ 속 세계가 다른 만큼 전개 과정과 결론이 그저 밝을 수만은 없다.

스토리는 군더더기를 덧붙이지 않은 덕택에 깔끔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전개되고, 이는 어린이와 어른을 포함한 관객들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부족하지 않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로 모자람이 없을 듯. 재치 있으면서도 설득력을 잃지 않은 설정으로 이런 종류의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느껴지는 유치함의 함정에 빠지지도 않았다. 상영시간(85분)도 길지 않아 부담스러움마저 없다.

에반 레이첼 우드와 루크 우리슨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처바스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가 원작이다. 전체 관람가. 4일 개봉.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