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지금은 기독교교육에 인천상륙작전 필요한 때"
입력 2010-11-02 17:16
[미션라이프] 지난달 22일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좋은교사운동, 직장사역연구소로 이뤄진 ‘입시·사교육 바로세우기 기독교운동’(입사기)이 “수능기도회, 이대로는 안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각 교회마다 실시하는 수능기도회가 성경적인 원리를 벗어나 성공과 복만을 바라는 기복신앙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었다. 이들은 내 자녀 뿐 아니라 다른 자녀들, 합격만이 아닌 합격 이후의 신앙과 사회생활, 교육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행동하자고 제안했다.
입사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박상진(53·장신대 기독교교육학 교수) 소장을 만나 제안 배경과 기독교 교육운동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지금의 교회교육은 60년 전 ‘낙동강 전투’와 같습니다.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습니다. 부산 앞바다에 빠져죽는 것밖엔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기회가 인천상륙작전으로 중앙청에 태극기를 꽂느냐가 관건입니다. 교회교육도 모든 것을 반전시킬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이지요.”
박 소장이 진단한 한국 교회의 교육은 한마디로 절체절명의 상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에서 수년째 ‘다음 세대’를 주제로 정했지만 정작 교회교육은 완전 변방으로 밀려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연구소가 최근 998명의 주일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분반공부 시간은 평균 11~15분에 불과했다. 그나마 더 줄여달라는 게 학부모들의 요청이라고 박 소장은 전했다. “교회학교는 지금 학부모들의 궁극적 관심이 못되고 있습니다. 부모의 가치관이 기독교 가치관으로 바뀌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가 말한 인천상륙작전은 결국 학부모의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다. 박 소장은 “학부모들의 세속적 가치관을 그대로 둔 채 교사 교육이나 시설·프로그램 개선에 나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며 “교회 안에 팽배한 자녀교육에 대한 세속적 가치관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 다니는 부모는 많지만 크리스천 부모는 많지 않다”며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예수 따르미’의 삶을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교육의 영역에서도 하나님이 다스리게 하자’는 취지로 5년 전 설립됐다.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대안학교와 공교육 내 기독교 교육의 방향과 전략을 제시해왔다. 입시·사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기독교적 해법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학부모의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한 이 모든 것이 변질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박 소장의 인식이다. 지난해부터 연구소가 8주 과정의 기독학부모 교실을 열고 있는 이유다.
목회자들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설교와 교육을 통해 기독 학부모들의 의식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바로 목회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목회자들이 기독학부모교실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학부모들의 세속적 필요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신앙의 계승 실패는 물론, 교회의 자멸행위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교회의 학교 설립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입시 위주의 수월성 학교나 국제학교보다는 기독교 긍휼학교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긍휼학교는 새터민, 다문화가정 자녀, 이주노동자 자녀 등 사회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학교를 말한다. 박 소장은 “이 같은 긍휼학교를 위해서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 좁은 길을 가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교회가 지나치게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추구할 수 있는 학교를 따라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교육운동 경력은 연구소 설립 훨씬 이전부터다. 대학원 졸업 후엔 송인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요청으로 기독교사회(TCF) 간사를 맡아 기독교사운동을 조직했다. ‘좋은교사’와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설립에도 산파 역할을 했다.
입시 전쟁은 더 치열해만 가고, 교회교육의 침체는 끝을 모르는 현 상황에서 자신의 교육운동에 얼마나 승산이 있다고 보는지 물었다. “제 삶의 목표와 비전은 교육의 영역에서도 하나님의 나라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다 이뤘다’고 하셨어요. 그것을 현실에서 구체화시키는 게 기독교운동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미 승리한 싸움을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남아공이나 미국의 인종차별 정책도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결국 변화되었어요. 지금 교육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승산 없는 전투를 펼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후 승리를 얻을 것입니다. 결국 승리는 그것을 확신하고 자기 삶을 내어던지는 사람에게 주어지거든요.”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