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강의 1시간도 안한 전직 부총리·장관 등 65명에 연봉 수천만원씩 지급
입력 2010-11-02 22:27
카이스트가 2008∼2010년 3년 동안 강의를 한 시간도 하지 않은 초빙교수·전문교수 등 비전임직 교수 65명에게 22억6393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강의를 아예 하지 않았거나 조금 하고도 수천만원대 연봉을 받은 초빙교수 중에는 전직 부총리와 전직 장관 등도 포함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카이스트가 비전임직 교수에 대한 연봉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 주 중 감사에 착수키로 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교과부 관계자들이 지난주 대전 대덕캠퍼스에 내려와 자료 수집 등 본격 감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에게 제출한 ‘2008∼2010년 비전임직 교수 채용 현황’ 자료에는 전문교수 18명, 초빙교수 138명 등 비전임 교수 156명이 지난 3년 동안 받은 연봉과 학기별 강의 시간이 담겨져 있다.
카이스트는 지난 3년 동안 비전임 교수들에게 83억7360만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강의를 한 시간도 하지 않은 21명은 연봉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똑같이 강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초빙교수와 전문교수 65명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액수는 22억6393만원에 달한다. 강의료를 받은 135명의 비전임 교수 중 절반 가까운 65명이 강의를 하지 않고 연봉을 받은 것이다.
이 중에는 전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다수 포함됐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우식 전 과학부총리는 강의를 한 시간도 하지 않고 3년 동안 8000만원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이규성씨도 전일제 초빙교수로 6000만원을 받았다.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강의 없이 3160만원을 지급받았다.
적은 시간의 강의를 하고 거액을 받은 전직 관료도 있었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3년 동안 16.5학점 강의를 해 1억7000만원을 받았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3년 동안 1학점 강의를 하고 2842만원을 지급받았다. 교과부는 카이스트에 출연금 형식으로 최근 3년간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했다.
박영아 의원은 “국민의 혈세를 받아 운영되는 카이스트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을 초빙교수로 채용해 수업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수천만원의 수당을 지급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 “정부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이스트는 이와 관련, “강의를 하지 않은 김 전 부총리와 이 전 장관 등은 학교 발전을 위한 정책자문 등을 했다”면서 “권 전 부총리와 다른 장관들도 강의와 학생지도, 자문 등을 했기 때문에 무리한 연봉지급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대전=하윤해 임성수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