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수색 예상못한 신한 ‘패닉’… “4일 이후에나” 방심
입력 2010-11-02 22:00
검찰에 허를 찔린 신한금융지주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4일 라응찬 전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를 본 뒤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8일에는 신한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정기 종합검사도 시작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미처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특히 신한은행이 고소한 신상훈 지주 사장이 이번 주 소환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한금융은 은행은 검찰 조사를, 지주는 금감원 조사를 준비하는 투 트랙 대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검찰이 라 전 회장의 퇴임식 하루 만인 2일 전격적으로 경영진 집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서 자료들을 내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 류시열 회장 및 특별위원회 체제로 위기를 수습하려던 신한금융의 계획은 시작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미처 업무를 다 파악하기도 전에 사정당국의 칼날이 향하면서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신 사장이 횡령했다는 이희건 은행 명예회장의 고문료가 15억원 정도로 비교적 적은 액수인 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검찰의 추가 자료 요구 정도는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수사가 진행될줄은 몰랐다”면서 “라 전 회장 퇴임식 이후 자리도 잡기 전에 또 고비가 찾아와 무척 당황스럽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검찰이 신한금융의 경영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기습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고소사건 조사 결과 신 사장 및 경영진의 범죄 행위가 생각보다 중대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 검찰 수사를 앞둔 신한지주는 마음이 조급해져 인수인계 과정을 서두르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노리고 검찰이 들어온 것은 평상시 고소사건 수사와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검찰 수사 향배에 따라 라 전 회장과 신 사장은 물론 이백순 신한은행장마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류 회장과 특위의 비상경영체제 역시 사정칼날에 흔들릴 수 있어 신한금융은 당분간 리더십 부재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생각보다 이르긴 했지만 어차피 검찰 수사가 쉽게 끝날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다”면서 “검찰 및 금융당국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최고경영진 집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