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인권위’… 내부 “어떤 일 할 수 있을지”-외부 “현 위원장 사퇴하라”

입력 2010-11-02 18:28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두 명이 현병철 위원장을 비판하며 동반 사퇴한 것에 대한 동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인권위 내부에서 현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위 사내 게시판에는 2일 ‘국가인권위원회를 사랑하는 직원 일동’이라는 제목으로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의 사임을 접하며’라는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11월의 첫날, 먹먹하고 착잡하다”며 두 위원의 사임을 접한 안타까운 심경을 표했다. 이어 “현 위원장 취임 이후 결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권위 운영이) 계속됐다. 현 위원장은 위원회 독립성을 훼손해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익명이지만 위원장에 대한 노골적 비판이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것은 이례적이다.

인권위 직원들은 상임위원 동반 사퇴와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직원은 “국민의 인권을 대표하는 기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전원위원회는 두 달이나 열리지 않았고 그나마 상임위가 수시로 열려 인권위 체면을 살렸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인권위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인권위 노조도 상임위원 동반 사퇴와 관련한 성명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매우 당황해하고 있어 발언이 조심스럽다”며 “현 위원장 체제에 대한 성명 발표 여부를 노조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인권단체연석회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인권위가 무력화되고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인권위를 살리는 길은 현 위원장의 사퇴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박근용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인권위가 안팎으로 비판받으면서 권위를 잃고 있다”며 “현 위원장 체제가 지속될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