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전화줘~” 음란통화로 100억 챙겨

입력 2010-11-02 21:29


중학교 1학년인 박영식(가명·14)군은 올 초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내용의 음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 하단에는 ‘연결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군이 호기심에 확인 버튼을 누르자 전화는 곧바로 060으로 시작되는 유료 음란전화 서비스로 연결됐다. 그달 말 박군은 7만원이 넘는 정보이용료가 부과된 요금명세서를 받았다.

불특정 다수의 남성에게 음란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인터넷 채팅 사이트 남성 이용자들에게 접근, 고액의 정보이용료를 뜯어낸 업주들이 덜미를 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200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유료 음란전화 서비스 사업으로 부당 이득 40억여원을 올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M업체 대표 원모(29)씨를 비롯한 업주 10명과 직원 7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 10개 업체의 2년9개월 동안 수입은 100억원이 넘었다.

원씨는 2008년 1월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남성 직원 3명과 여성 상담원 8명을 고용해 사무실과 콜센터를 차렸다. 20대 초반 남성 직원들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와 메신저에 채팅방을 개설하고 자신을 ‘21살 여대생’이라고 속여 음란 채팅을 하며 “채팅 사이트 정회원들은 전화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속여 유인했다. ‘인터넷 낚시’에 걸린 남성들은 여성 상담원들과 음란한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말에 속은 남성들은 많게는 30만∼300만원의 정보이용료를 내야 했다. 원씨는 이들에게 30초당 700원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모두 4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경찰은 피해 남성은 지난 2년여 동안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음란 전화 업주 신모(43)씨는 보다 정교한 방법으로 남성들을 속였다. 신씨는 060으로 시작되는 전화번호가 유료라는 것을 아는 피해자들에게 “전화번호 앞에 *23#(발신번호제한 표시)를 누르면 별도의 정보이용료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속였다. 신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9월까지 15억원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액이 소액이고 대화 내용이 부끄러워 대부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실제 음란 전화 서비스로 인한 피해액은 100억원을 훨씬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간통신 사업자들이 원씨 업체와 같은 별정통신업체(060 업체)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도 형식적으로 대처하거나 묵인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