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주류 ‘떠오른 페일린’ 고민… “당 대선 후보 되면 오바마 재선 헌납” 우려

입력 2010-11-02 17:47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승리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차기 대선 후보 여부가 공화당 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페일린 전 주지사가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버락 오바바 미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략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페일린이 대선에 출마하면 오바마에 차기 대선을 헌납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페일린 전 주지사의 후보 지명을 막기 위해 공화당 주류들이 결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내 주류 인사들 사이에선 페일린이 나설 경우 보수층이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CBS뉴스는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0%에 가까운 미 국민들이 페일린 전 주지사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인 반면 호의적인 반응은 22%였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칼 로브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페일린이 대통령이 되기에는 진실성이 결여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이 공화당 내 주류 의원들은 페일린 전 주지사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그를 직접 비판하는 인사도 거의 없다. 그의 인기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도 하지만 좀 더 상황을 보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페일린 전 주지사는 폭스뉴스에 출연, “익명을 활용해 악의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며 “관련기사가 실린 신문은 생선을 포장할 만한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을 비난하는 당내 인사들을 겨냥해 “기사에 자신의 이름조차 명기할 만한 용기마저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CBS방송의 한 프로그램 ‘엔터테인먼트 투나잇’과의 인터뷰에서 “달리 사람이 없다면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고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보수진영 내부에선 페일린 전 주지사를 공격하는 인물에 대해 ‘흘러간 인물’이라고 공격하는 분위기도 있다. 페일린에 우호적인 공화당 내 티파티 의원들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세력을 확보할 경우 이 분위기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