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 제2금융권 넘어 은행으로

입력 2010-11-02 21:15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채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이 6년 만에 2%대를 넘어섰다. 저축은행에 몰아친 PF 부실 쓰나미가 은행권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2003년 신용카드 부실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PF로 폭격 맞은 은행권=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부실채권 비율은 2.32%로 3개월 전의 1.94%보다 0.38% 포인트 상승하면서 2004년 3월 말(2.5%)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부실채권 비율은 6개월 이상 빚을 갚지 못한 ‘고정이하 여신’ 금액이 총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2008년 6월 말 0.72%였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진 2008년 9월 말 0.82%로 올라간 뒤에도 꾸준히 1%대를 유지해왔다.

부실채권 비율 증가는 부동산 PF 부실에 기인한다. 전체 부실채권 잔액은 30조3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4조7000억원 늘었으며, 이 가운데 부동산 PF 부실 규모가 72%(3조4000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한 데서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2.32%였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올 들어 3월 3.41%, 6월 9.60% 등으로 빠르게 상승하더니 9월에는 18.02%로 수직 상승했다. 이에 따라 PF 연체율도 지난해 말 1.67%에서 9월 말 5.85%로 3.5배나 올라갔다.

◇금융당국, 뒷북인가 선제대응인가=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의 PF 부실 규모가 늘어난 원인으로 대출 건전성 분류 강화, 리스크 관리 강화 지원 및 현장점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잠재부실을 찾아내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3월 대책을 발표하면서 여신전문금융사,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의 PF 대출한도를 총 대출의 30%로 강화하면서도 “은행권은 PF 대출 비중이 낮아 도입 필요성이 적다”며 은행권 대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 그 결과 한쪽(저축은행)을 누르면 다른 쪽(은행)이 튀어 나오는 풍선효과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은 PF 대출 잔액 42조6000억원은 전체 대출 규모의 3.5%로 미미한 수준인 데다 올 들어 9월까지 순이익이 7조3000억원으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이 높아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은행들의 영업행태로 볼 때 PF 부실대출로 생긴 손실을 높은 이자 마진으로 틀어막는 형국이다.

이자이익은 27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나 증가했는데 저금리 상황임에도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올리는 행태가 지속됐다.

예대금리 차는 지난해 9월 2.27%에서 올 8월 2.64%로 올라갔다. 금감원은 올해 말까지 고정이하여신 금액 7조7000억원을 다 해소할 것을 독려하고 있어 은행권의 이런 영업행태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