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외화 곳간… ‘적정 수준’ 논란
입력 2010-11-02 18:09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3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은 외환 보유액이 10월 말 현재 2933억5000만 달러로 한 달 동안 35억7000만 달러(1.23%)가 증가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외환보유액 집계가 시작된 1971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외환 보유액 증가는 달러화 약세 영향이 크다.
한은 국제국 문한근 차장은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펴면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 유로화와 엔화 등이 강세를 보였고, 이들 통화로 보유한 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외환 보유액이 올해 안에 3000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외환 보유액이 3000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적정 수준’이 또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차례 위기를 겪은 만큼 외환 보유액이 많을수록 좋거나 3000억 달러 이상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외화 유입액과 유동외채 등의 규모를 고려해보면 3000억 달러 정도는 있어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안전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 보유액이 과다하게 늘어날 경우의 부담도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외환 보유액이 늘어나면서 원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제어하려면 달러화를 일부 사들여야 하고 결국 원화가 시중에 풀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를 다시 흡수하려면 통화안정증권 등을 발행해야 하는데 통안증권의 이자 지급액은 미 국채 등 안전자산의 이자 수입액보다 많기 마련이어서 ‘역마진’이 생긴다는 것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