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모셔라”… 증권가 ‘특화점포’ 개설 붐
입력 2010-11-02 18:10
‘강남을 뚫어라.’
증권가에 최상위(VVIP) 고객 유치 경쟁이 한창이다.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사는 강남지역에 경쟁적으로 프라이빗 뱅킹(PB) 점포 수를 늘리는데서 나아가 최근에는 예탁자산이 10억∼30억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를 직접 겨냥해 자산관리 특화점포를 개설하는 추세다.
우리투자증권은 2일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빌딩 14층에 ‘프리미어 블루’ 강남센터를 열었다. 기존의 도곡 방배 서초 압구정 청담 등 강남 5개 PB 점포를 통합했다. 흩어져있던 자산관리 전문가 40여명을 한데 모아 종합적인 금융컨설팅을 서비스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이 타깃이다.
삼성증권은 오는 15일 예탁자산이 30억원 이상인 VVIP를 겨냥한 SNI코엑스인터컨티넨탈점을 연다. 각각 지난 4월과 지난달 개설한 SNI강남파이낸스센터, SNI호텔신라에 이어 3호점이다. SNI(Samsung & Investment)는 VVIP 대상의 PB센터 브랜드다.
대우증권도 4월 청담동에 VVIP 특화점포인 ‘PB Class 갤러리아’를 열었다. 이밖에 올 들어서만 도곡 역삼 삼성동 등 강남지역에 PB 점포를 6곳 늘렸다.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 등도 강남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강남에 PB 점포도 모자라 차별화한 특화점포를 개설하는 것은 VVIP 유치 정도가 증권사 영업이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상반기까지 30억원 이상 자산을 삼성증권에 예탁한 고객은 1100여명인데, 이들의 예탁자산이 전체 영업점 고객 자산의 40%를 차지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채권 거래를 통해 얻는 수수료가 영업이익 상당수를 차지했지만 더 이상 기대하기가 힘들어졌다”며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관리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수익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개인 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원 안팎으로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1조원 이상 줄었다. 주식에 투자하는 일반 고객이 줄면서 ‘상위 1%’ 고객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증권사의 VVIP 마케팅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점은 오픈 4개월 만에 예탁자산이 4500억원 들어왔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