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의도 않고 거액 받는 전직 고위 관료들
입력 2010-11-02 17:47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가 강의를 하지 않은 고위 관료 출신 초빙교수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공개한 ‘2008∼2010년 카이스트 비전임 교수 신규 채용 현황’에 따르면 카이스트는 3년간 비전임 교수 156명에게 83억7360만원을 지급했다. 특히 한 시간도 강의하지 않은 비전임 교수 65명은 22억6393만원을 받았다.
강단에 서지 않고도 거액을 받은 인사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과학부총리를 지낸 김우식씨는 3년간 8000만원,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6000만원을 받았다. 일하지 않으면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무시한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카이스트는 “자문료와 학생지도비가 포함됐고, 김 전 부총리는 2008년 교내에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을 설립할 때 도움을 줬다”고 아리송하게 해명했다. 그렇다면 김 전 부총리에게 준 돈이 대학원 설립에 따른 사례비란 말인가. 로비를 해주고 부당하게 돈을 받았다면 사법처리 여부를 따져봐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3년간 16.5학점의 강의를 맡은 대가로 1억7000만원,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올해 1학점짜리 강의를 맡고도 3년간 2842만원을 수령했다. 이들의 행태는 유관기관의 강연료로 200만원 정도를 받은 판사들보다 도덕적 해이가 더 심각하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시간당 4만원 안팎의 강사료를 받는 대학 시간강사 7만명은 이들의 고액 연봉 놀음을 보고 분을 삭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시간당 최저임금(시급 4000원)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 학생이 50%에 달한다는데, 이들은 얼마나 심한 박탈감과 허탈감을 느낄까.
교육과학기술부는 조만간 카이스트를 감사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부는 그 결과에 따라 카이스트에 대해 연구비 지원 축소, 정원 감축, 관련자 중징계 등 강도 높은 행정·재정적 제재를 취해야 한다. 또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학 재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도입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