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인턴기자가 가본 삼일교회 풍경
입력 2010-11-02 16:54
○…“교회에 아무도 없는데요.” 높다란 두 개의 빌딩이 마주보고 있는 용산구의 삼일교회, 침묵이 가라앉은 1층 바닥을 청소원 홀로 닦고 있었다. 이곳에 아무도 없냐는 질문에 청소원은 “관계자들은 출석하지 않았으니 건너편 교육관으로 가보라”는 말을 대신했다.
전병욱 목사가 1일 오전 10시에 공개 사과글을 올린 후 찾아간 삼일교회는 지나칠 정도로 조용했다. 전 목사가 공개적으로 사임을 발표한 이후에 각 포털사이트에서는 ‘전병욱’과 ‘삼일교회’라는 검색어가 조회수 톱랭킹에 드는 등 네티즌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간단한 팩트(fact)만을 전한 국민일보 미션라이프(missionlife.co.kr)의 전 목사 관련 기사에도 하루만에 4만명 이상이 클릭했다.
월요일이어서 삼일교회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마침 교회를 막 들어서려 하는 김모씨를 붙들었다. 김씨는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문제를 꺼내자 이내 표정이 어두워지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삼일교회 내부에서 벌어진 문제를 바깥에서 왜 관심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남의 가족 문제에 왜들 왈가왈부 하는지…” 라며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개인적인 견해를 풀어놓았다. “전병욱 목사는 우리의 ‘가족’이다. 훌륭한 삶으로 청년들에게 영향력을 미치셨고 우리는 그 분을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전 목사님이 돌아오시기만을 바랄 뿐이고 언제든 따뜻하게 맞을 준비가 되어있다.” 김씨는 이어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다윗과 밧세바의 간통’ 사건에서 바라보고자 한다”며 “다윗이 죄를 저질렀지만 제 자리를 지켰기에 후세에 솔로몬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낳았듯, 전 목사님의 사건도 성경적 관점에서 지혜를 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파문이 공론화된 이후 삼일교회에서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8시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사건을 회개하고 전 목사를 위해 중보하는 이 기도회는 한 달 가량 자발적인 참여로 지속되고 있다.
교회 내에는 전병욱 목사의 사과글을 읽지 못한 교인들도 있었다. 삼일교회를 1년 반 가량 출석했다는 송모씨는 사과글에 대해 “아직 들은 바가 없다”며 “잘못한 부분에 대해 비난은 받되 숨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씨는 전 목사가 자리를 비운 2개월 간 삼일교회의 교인수가 약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회 내에서 이 사건에 대해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삼일교회는 단지 한국 교회의 일부분인데 교회가 워낙 크다보니 이 사건이 주목을 더욱 받는 것 같다. 교회 내에선 ‘기도를 많이 하자’는 분위기이고 이번 일로 삼일교회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송씨의 말이다.
○…‘교회가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외부 비판에 대해 일부 교인들은 이번 사건이 교회 차원에서 무마하려거나 덮으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교인 이모씨(여)는 “(이번 사건은)솔직히 말도 안 된다”며 “교회 측에 쏟아지는 비난에 똑같이 대응해서야 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했다든가 하는 게 성추행으로 번지는 것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교회에서 형제, 자매끼리 어깨를 주무르는 일도 비일비재한데, 목사님이라고 이런 일이 없었겠나. 치마 입은 자매는 앞자리에도 못 앉는 게 우리 교회”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씨는 이어 “삼일교회는 특성상 영적 공격을 받기 쉬운 곳이다. 청년들이 많은 교회다 보니 오고 가는 사람도 많을 뿐더러 이단의 타깃이 되곤 한다”며 이단 혹은 음모설을 배제할 수 없음을 설명했다. 삼일교회는 길 건너편에 통일교 건물을 마주하고 있다. 때문에 교회를 와해시키는 목적의 영적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씨의 견해였다.
○…교회 내 청년들과 달리 간사나 사역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쉽지 않았다. 통화를 요청했으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회 내 부교역자 이하의 간사, 리더들은 공식적인 입장은 삼가기로 합의했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삼일교회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전병욱 목사를 향한 인터넷 여론은 다양한 의견을 비치고 있다.
트위터에는 “아무쪼록 삼일교회가 이 문제를 지혜롭게 잘 대처해 나가기를 바란다”(@umindaddy)는 중립적 의견과 “삼일교회부터 땅 밟기까지, 현 시대가 이런 걸 알면 더 조심했어야 한다”(@twinklejy), “성직자에게 강간 당하면 성스러운 몸이 된다 믿었던 중세 암흑기로 돌아가려 하는가”(@break_the_taboo), “결론은 범죄자인데 왠지 더 띄워지는 느낌”(@bandibug) 등 삼일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병욱 목사의 트위터는 “모든 문제를 기도로 푼 바울과 같이, ‘실전용 기도’로 시험을 이기는 사람이 되자”는 7월 30일자 글을 마지막으로 하고 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슬기 인턴기자 cocomeeko@hanmail.net
○…어두운 실내에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엘리베이터만 오르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청소 직원이 도구를 가지고 층별로 이동했고, 정문 관리실은 비어있었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관리하는 사람 외에는 없을 거예요.”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의 말이다.
11월 첫날 오후 3시. 교역자들이 휴일인 월요일을 맞은 가운데 삼일교회 역시 고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예배가 이뤄지는 B관 1층 소예배실 앞으로 점차 사람들이 나타났다. 전병욱 목사가 지난 8월 안식년 기간 선포 이후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1일 오전 10시 공개사과 후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시끄러운 언론과 달리 교회엔 적막이 가득했다.
조용한 가운데 삼일교회 청년으로 보이는 30대 남자가 화장실을 나와 소예배실을 향하고 있었다. 1년 조금 넘게 출석했다는 이 청년은 “언론을 통해 전 목사님의 소식을 계속 접한다”며 “사건 이후 교인들이 3부류로 나뉘어졌다”고 밝혔다. 비판적으로 사건을 바라봐 목사에게 실망한 나머지 교회를 떠난 사람들, 아직 사건을 접하지 못했거나 접하고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 언론의 보도 내용이 과장됐다며 목사님을 옹호하는 사람들. 실망한 나머지 교회를 떠난 성도들로 인해 전체 출석교인 숫자가 줄었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사건 이후 고요한 분위기와 더불어 삼일교회에는 기도회가 시작됐다. B관 1층 소예배실에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 8시 ‘회개기도회’이다. 기도회는 5주째 이어졌다. 성도들의 이러한 자발적 회개기도회는 전 목사의 성추행 사건으로 비롯됐다. 저녁에 일하기에 오후시간에 가끔 들른다는 삼일교회 청년은 “성도로서 가장 충격적인 일은 사건 자체가 아닌 이를 바라보는 비(非)기독교인들의 시각”이라며 “정말 책임을 가지고 회개하는 것은 물론, 우리 크리스천들이 영적 싸움을 싸워나가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다양한 성경강좌 포스터가 담당 교역자들의 사진과 함께 1층 소예배실 근처 천장에 걸렸다. 그러나 전 목사의 사진은 회개기도회를 향한 성도들의 마음이 전달된 듯, 천장이 아닌 정문에서 가까운 곳에 조심스럽게 붙어 있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홍두영 인턴기자 hdygogog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