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맥을 찾아라-(中) 격투기 종목] “이번에도 효자 노릇 톡톡히 하자” 이 악문 전사들
입력 2010-11-02 17:34
태권도 유도 레슬링 복싱 등 격투기 종목은 한국 스포츠의 전통적인 메달밭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종합 스포츠경연장에서 격투기 종목은 매번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효자종목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근 들어 일부 종목의 위력이 예전과 같지 못하지만 메달을 향한 선수들의 집념은 변함이 없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사표를 던진 격투기 종목의 성적을 전망해본다.
◇태권도=아시안게임에 걸린 메달은 남녀 8개씩 모두 16개다. 하지만 규정상 개최국 중국을 제외하고 남녀 6체급씩 12체급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12체급 중 8개 이상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2006년 도하 대회 때는 남자 5개, 여자 4개 등 총 9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대표선수 12명 중 절반인 6명이 국제대회 입상 경험이 없는 것이 약점이다. 그러나 치열한 종주국 선발전을 거쳐 생존한 선수들이라 기량만큼은 최고다.
남자부에서는 유일한 고교생인 63㎏급의 이대훈(한성고)이 화려한 발차기를 앞세워 금메달을 노린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차동민(한국가스공사)을 꺾은 87㎏이상급의 허준녕(삼성에스원)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주장 장경훈(수성구청)은 지난달 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 영전에 금메달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
2006년 도하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여자 57㎏급의 이성혜와 53㎏급의 권은경(이상 삼성에스원)은 여자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한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경선(고양시청),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박혜미(삼성에스원) 등 쟁쟁한 선수들이 버틴 여자 67㎏급에서 대표로 선발된 신예 강보현(한국체대)도 기대주다. 그러나 라이벌 국가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남자는 이란, 여자는 중국과 대만 등이 항상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에 처음 채택된 전자호구 적응여부도 큰 변수다. 한국은 전자호구 시스템이 도입된 국제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못했다. 심판판정의 잇점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고 전자호구가 무거워 화려한 기술을 보유한 한국선수에게 불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남자 대표팀 전문희 코치는 “지난 대회서 금메달을 9개나 따 부담이 많다”며 “전자호구에 대한 적응력도 어느 정도 길러졌고 선수와 지도자가 하나가 돼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레슬링=1984년 올림픽부터 7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 효자종목으로 꼽히던 레슬링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처음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최근 세대교체를 단행한 레슬링은 이번 대회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중이다. 이번 대회에는 그레코로만형 7명, 자유형 7명, 여자 자유형 4명 등 18명이 출전해 금메달 4개를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란을 필두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전통의 중동 강호과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중국, 일본 등 경쟁자들이 기다리고 있어 쉽지 않은 무대다. 한국은 그레코로만형의 최규진(조폐공사), 정지현(삼성생명), 김현우(경남대), 박진성(상무)과 자유형의 김효섭(삼성생명) 등이 기대주로 꼽힌다.
55㎏급에 출전하는 최규진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미드 수리안 레이한푸르(이란)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자 하세가와 고헤이(일본) 등이 최대 라이벌이다.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정지현(60㎏급)은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는 등 시련을 겪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정지현의 경쟁자로는 우르바키트 텡기즈바예프(카자흐스탄)와 딜쇼드 아리포프(우즈베키스탄) 등이 꼽힌다.
66㎏급의 김현우와 74㎏급의 박진성, 자유형 55㎏급의 김효섭 역시 레슬링협회가 꼽는 메달 유망주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유형 대표팀은 이달 초 러시아 전지훈련을 다녀온 데 이어 러시아의 유스포프 마이어벡(55) 코치를 초빙해 마지막 담금질에 여념이 없다.
◇유도=매 대회마다 3∼4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유도는 이번 대회서도 남녀 각각 8개 종목에 선수를 내보내 4개 이상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는 김재범(81㎏·한국마사회), 왕기춘(71㎏·용인대), 김주진(66㎏·수원시청), 최민호(60㎏·한국마사회) 등이 꼽힌다. 특히 김재범은 최근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 금메달을 획득, 이번대회서도 선전이 예상된다. 김재범과 함께 동메달을 땄던 왕기춘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한국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종주국 일본과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중국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일본은 최근 세계선수권대회서 금메달 10개를 쓸어담으며 종주국의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우선 최근 바뀐 경기규칙에 대한 적응이 급선무다. 국제유도연맹은 위장 공격이나 상대의 도복 바지를 잡는 것을 반칙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하체 공격보다는 정확한 상체 기술을 구사해야 한다는 과제도 떠안았다.
남자 대표팀 정훈 감독은 “위장 공격이나 상대의 도복 바지를 잡는 게 반칙으로 규정이 바뀌면서 국제 대회에서 반칙패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런 룰에 빠르게 적응해야만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싱=격투기 종목 중 메달 전망이 가장 어둡다. 복싱이 침체기에 빠진데다 젊은이들이 ‘배고픈 운동’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지난 도하대회서도 한국은 금메달 없이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에 그쳤다. 게다가 대한복싱연맹 전 집행부와 국제복싱연맹의 갈등으로 대회 출전길이 막힐 뻔 했다.
남자 10명과 여자 3명이 출전하는 이번대회 한국의 목표는 금, 은, 동 각 1개씩이다. 남자 49㎏급의 신종훈(서울시청), 56㎏급의 이진영(상무), 60㎏급의 한순철(서울시청)이 일단 메달후보로 꼽힌다. 신종훈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복싱의 부활을 알린 기대주다. 수비가 탁월한 이진영은 종합 국제대회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이지만 나동길 감독은 그를 다크호스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주무기인 한순철은 지난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베테랑이다. 또 52㎏급의 김주성(한국체대), 64㎏급의 심현용(대전대), 81㎏급의 허진호(한국체대) 등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도 이번 대회를 벼르고 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