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야곱의 영욕통해 ‘나’를 보자… ‘성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치유 여행’
입력 2010-11-02 17:25
성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치유 여행/전성수/두란노
인간이 존재하는 곳엔 늘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엔 수용성과 전달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성경 속 인물들의 심리를 내러티브로 표현해 흥미를 더한다.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을 통해 말씀 속에 숨어 있는 치유의 힘을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상처받은 인물들이 어떻게 상처를 극복했는지, 왜 상처를 받았는지 세밀하게 추적한다. 저자는 성경 속 인물들의 마음의 상처는 어린 시절에 기인한다고 본다. “야곱의 상처는 리브가의 편애에서 출발했고, 사울의 상처는 그의 조상 베냐민 지파의 아픈 역사에서 비롯됐다. 압살롬 역시 아버지 다윗과 어려서 애착 형성에 실패한 데서 출발했고, 기드온도 아버지가 섬긴 우상의 그늘에서 평생 헤어나지 못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 부모와 어떤 애착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영·유아기에 애정 어린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의 성장 욕구에 부모가 기쁘게 응답할 때 비로소 애착이 형성된다. 어려서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자녀들은 사춘기 이후에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부모가 정말 싫어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경향이 있다.”
다윗의 첫째 아들 암논은 자신의 여동생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고, 여동생에게 사랑받고 싶어 했다. 압살롬 역시 자신의 형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고, 아버지의 사랑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자신의 어머니뻘인 아버지의 후궁들을 범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했다. 아도니야 역시 아버지에게 반역하고, 아버지를 모시던 아비삭을 자신의 아내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암논, 다말, 압살롬, 아도니야는 사고가 터졌을 때 다윗과 의논하거나 대화하지 않았다. 하나님께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는 극찬까지 들었던 다윗인데, 그의 가정은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저자는 그 이유를 부모와 자녀의 애착관계에서 찾는다. 이른 나이에 험한 도피 생활을 해야 했던 다윗이 자녀와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란 것이다. “왕이 되기 전에는 쫓기는 생활 때문에, 왕이 된 다음에는 정복 전쟁과 나랏일에 바빠서 자녀들과 따뜻한 사랑의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압살롬을 그렇게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마음속으로는 이미 용서한 다윗이 그것을 표현하지 않았다. ‘내가 너를 용서한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던 다윗에게서 한국 아버지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저자는 야곱의 예를 들며, 믿음과 상처는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믿음이 있어도 상처를 치유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야곱은 하나님과 씨름을 하고 복을 받고 이름을 이스라엘로 고치게 되었다. 이후 야곱은 가는 곳마다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제사를 지냈다. 요셉이 평생 이집트에서 하나님을 신뢰하고 믿음을 지킬 수 있도록 믿음을 심어준 사람이 야곱이다. 하지만 야곱은 평생 동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
창세기 49장에 야곱은 죽기 전에 아들들을 모아 놓고 유언이자 마지막 축복의 시간을 갖는다. 유언은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반영한다. 야곱은 유언을 통해 아들들을 저주했다. 야곱은 마음에 쓴 뿌리가 가장 많은 사람이었다. 야곱에겐 어떤 상처들이 있었을까?
야곱은 평생 형 에서와 불화했고 형을 속여 축복을 가로챈 죄책감은 평생 그를 괴롭혔을 것이다. 또 부모와 아주 오랜 기간 헤어져 살아야 했으며 라헬과 결혼하기 위해 14년을 종처럼 일했다. 딸 디나가 하몰의 아들 세겜에게 강간을 당했다. 디나 사건으로 아들 시므온과 레위가 세겜 일파에게 복수하자 야곱은 보복이 두려워 세겜을 떠났다. 사랑하는 아내 라헬이 막내 베냐민을 낳다 죽었고, 가장 사랑하는 열 한번째 아들 요셉이 심부름을 보낸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며 살아야 했다.
저자는 치유의 시작은 자신을 바로 보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육체적, 정신적, 영적이든 모든 치유는 자신의 문제를 바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은 자존감이 낮고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진 성경 인물들을 통해 그리고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통해,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책엔 어린 시절 부모와 애착관계를 형성해 하나님 안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모세와 사무엘, 요셉의 이야기, 대상에 따라 섬세하고 심층적으로 치유하신 예수님의 치유사역 이야기, 상처를 성숙의 도구로 삼은 성경 인물들의 이야기 등이 수록됐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