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여 위험부담 쏙 빼고 매출은 짭짤하게… 창업시장에도 슬림·다이어트 바람
입력 2010-11-02 17:19
최근 창업 시장에선 ‘몸집 줄이기’가 대세다. 점포 규모 66㎡(약 20평) 내외에 창업자금은 임대료를 제외하고 5000만원을 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알짜배기 아이템이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침체로 구직 대신 창업에 나서고 투자가 아닌 생계 수단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최근엔 ‘1인 창업’ 보다는 본사가 기본적인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호하는 추세다. 업종 선택부터 상권 분석, 매장 인테리어 및 관리까지 혼자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창업은 경기에 민감한 만큼 상황이 좋을 땐 규모가 커지고 나쁠 땐 가급적 소규모로 시작하려는 경향이 크다”며 “당분간은 적은 규모로 가족끼리 매장을 운영하는 형태가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소규모 수제 외식업 인기=지난달 서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 누들&라이스 전문점 ‘라이스스토리’를 연 엄재웅(34)씨는 원래 스튜디오에서 사진기사로 일했다. 관련 업종으로 창업을 준비하던 그는 경기 불황 때문에 영유아용 사진 시장이 침체돼자 고민에 빠졌다.
임씨는 대신 외식업으로 눈을 돌렸다. 메뉴만 좋으면 적은 규모로 시작할 수 있고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데다 실패하더라도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창업박람회와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의 사업설명회를 쫓아다니기 1년. 우연히 지인에게서 라이스스토리라는 브랜드를 소개받았다.
라이스스토리를 선택한 건 우선 메뉴가 좋았기 때문이다. 건강과 웰빙(Well-being)에 대한 소신이 뚜렷한 젊은이들을 겨냥해 ‘몸에 좋은 쌀’을 모든 요리의 주요 콘셉트로 잡았다. 점심메뉴를 고민하는 직장인, 주말 외식 나온 맞벌이 가족, 식사대용 간편식을 원하는 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다.
식사를 하면서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임씨는 “작은 가게지만 위치가 좋고 무엇보다 메뉴가 세련돼 외식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본사로부터 메뉴 조리, 매장 운영 노하우 등을 배울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주방 조리 시설, 매장 인테리어, 조리 교육 등을 합쳐 창업 비용은 5000만원이 조금 안 들었다. 30석 규모의 가게지만 워낙 자리가 좋아 하루 평균 1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창업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외식업의 경우 소규모 창업, 특히 직접 만든 수제 메뉴를 내세운 브랜드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배달형, 테이크아웃형, 소형, 중형, 대형 등 매장 조건을 다양하게 내걸고 있으니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무점포 기술형 아이템도 강세=높은 수익을 욕심내지 않는다면 무점포 기술형 창업에 도전해볼만 하다. 초기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데다 기술을 익히고 나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홈스쿨링, 온라인 사이트 개설 등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소휘(33)씨는 2008년까지만 해도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평범한 주부였다. 아이가 돌이 지나고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자 일에 대한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는 일은 힘들 것 같았다. 임씨는 결혼 전 배웠던 포크아트(가구나 일상용품을 장식하는 생활미술)와 초크아트(흑칠판에 오일 파스텔로 글과 그림을 그려넣는 것)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임씨는 소상공인진흥원 등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문과정에 등록해 기술을 새로 익히고 최근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 포크아트와 초크아트는 유행을 알고 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1대 1 개인 주문을 받기도 하고 프랜차이즈 업체, 레스토랑 등과 계약도 맺었다. 따로 사무실을 얻지 않고 집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초기 창업비용은 재료비 500만∼700만원이 전부였다. 지난해 9월부터는 한국종합공예협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월 평균 수입은 300만 원대다.
임씨는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가사를 병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