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출신 시각장애인 이동우씨 “눈은 어둡지만 기쁨과 희망으로 환해요”

입력 2010-11-01 20:56


“요즘은 밤마다 노래하고 춤 연습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눈물은 이제 그만! 앞으로는 행복하게 사는 모습만 보여드려야죠.”

한때 ‘잘 나가던’ 개그맨에서 희귀병을 앓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된 이동우(40)씨는 밝고 쾌활했다. 31일 서울 저동1가 평화방송에서 만난 그는 오는 19일부터 첫선을 보이는 창작 음악극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연극은 이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는데, 그는 주인공인 장윤호 역을 맡아 연일 맹연습 중이라고 했다.

이씨는 “병을 얻고 시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막연히 ‘앞이 안 보이기 전에 연극 무대에 꼭 올라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조금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그 꿈을 이루게 돼 행복하고 설렌다”고 말했다.

1990년대 개그맨 그룹 ‘틴틴파이브’ 멤버로 활동하던 그는 2003년 결혼한 지 100일 정도 지난 뒤 망막색소변성증(RP)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았다. 병을 얻은 지 6년 만에 시력은 겨우 빛과 어둠을 구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금 그의 시력은 정상의 5%도 안 된다. 2006년 겨울 딸 지우가 태어나면서 희망을 다시 찾았지만 시련은 끊이질 않았다. 이번엔 아내가 뇌종양으로 쓰러졌다. 2007년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아내는 한쪽 청력을 잃었다.

이씨를 일으켜 세운 건 가족과 친구였다. 자신을 아껴주고, 자신이 사랑해야 할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 그를 지켰다.

“시련이 절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제게 남은 시력은 5%도 안 되지만 제 인생은 지금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씨는 최근 사랑을 통해 깨달은 행복과 기쁨을 나누기 위해 ‘5%의 기적’(생각의 나무)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에는 시련을 넘어선 감동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일상이 담담하게 담겨있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아 양쪽 정강이가 시커멓게 멍드는 시각장애인의 일상은 그저 불편할 뿐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장애인을 너그럽게 포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느낄 때에는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장애인이 앞에 있으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세요. 시각장애인이 버스정류장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으면 몇 번 버스를 타는지 물어보고 버스가 오면 알려주세요. 지하철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지나가면 뒤에서 살짝 잡아주세요. 비장애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된답니다.”

글·사진=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