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최고 실세 의원에 C&, 구명 로비 시도

입력 2010-11-02 01:00

C&그룹 임병석 회장이 자금난을 겪던 2008년 10월 여권 최고 실세 L의원에게 구명 로비를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임 회장이 L의원에게 로비를 시도할 정도로 급박했던 만큼 다른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활발한 로비활동을 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2008년 10월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호남 출신 한나라당 당직자 C씨를 통해 L의원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임 회장은 이 호텔 식당에서 모임을 갖던 L의원에게 인사를 하고 굴비상자를 건네려 했으나 L의원이 거부해 전달하지 못했다.

L의원의 측근은 “당시 C씨가 ‘아는 사람이 옆방에 있는데 인사를 시키겠다’고 했고, 임 회장이 굴비상자를 들여보내면서 L의원에게 접근했다”며 “하지만 L의원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느냐’며 굴비상자를 열어보지도 않은 채 호통을 치고 쫓아버렸다”고 말했다.

C씨는 “L의원과 개인적으로 만나기로 한 장소에 임 회장이 찾아왔으나 두 사람은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C씨는 굴비상자 안에 5억원 상당의 미화가 들어 있다는 의혹에 대해 “상자 안에는 굴비만 들어 있었다”고 부인했다.

한편 검찰은 C&그룹 비자금 창구로 의심되는 광양예선 전 임원 정모씨가 임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내용 중 임 회장 비리와 관련된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 수행비서 겸 운전사가 작성한 이 녹취록에는 정·관계 인사 명단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 회장이 C&우방ENC와 부동산개발업체 미박이앤씨 간 거래대금을 횡령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금의 성격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